무너진 왕조, 12년 만에 왕좌…‘원팀’ 삼성, 무적의 팀 됐다

수정 2026-11-09 02:00
입력 2026-11-09 01:29

삼성, 통산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구자욱, 햄스트링 부상 딛고 MVP
1패 뒤 4연승… 완벽한 업셋 연출
홈구장서 최정상 투타 밸런스 과시
박진만 적극 개입… 용병술 돋보여
정규리그 2위의 반란… 삼성 12년 만에 KS 왕좌 탈환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가운데)과 크리스 페덱(오른쪽), 포수 강민호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정규리그 2위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하며 12년 만에 통산 아홉 번째 왕좌에 올랐다. 단일 시즌에서 상위 팀을 꺾고 승리한 업셋 우승은 삼성이 역대 여섯 번째다.
대구 연합뉴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지난 2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였다.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내고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삼성이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를 12-1로 이기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구자욱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비에 나설 수 없는 몸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에 1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삼성은 선발 투수 원태인이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는 동안 구자욱-르윈 디아즈-최형우의 클린업 트리오가 안타·타점을 합작하며 kt 마운드를 폭격했다. kt는 믿었던 선발 투수 데이비스 대니엘을 3이닝 만에 조기 강판시켰고, 5회에는 2루수 류현인과 유격수 권동진이 연이어 실책하면서 한꺼번에 8점을 내주며 자멸했다.

1패 뒤 4연승으로 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는 업셋 우승을 완벽하게 보여줬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삼성은 정규시즌 막바지 타격왕 구자욱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난 데다 플레이오프 직전 마무리 김재윤까지 어깨 부상으로 잃었다. 안방마님 강민호의 옆구리 상태도 좋지 않았다.

막내에서 캡틴으로… 구자욱 우승 포효 삼성 라이온즈 주장 구자욱이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맥주를 터뜨리며 선수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구자욱은 5경기에서 5할 타율(20타수 10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대구 뉴스1




부상 변수가 kt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완전히 뒤집혔다. 삼성은 힘겹게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구자욱과 강민호를 라인업에 넣은 뒤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 김재윤 없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충분히 사전 연습을 했던 게 전화위복이 됐다. kt가 1차전부터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변수에 우왕좌왕한 반면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0-8로 뒤지던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7-8로 마무리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2차전에서는 연장 12회 접전 끝 3-2로 승리하며 흐름을 돌려놨다. 안방에서 펼쳐진 3차전부터는 몰라보게 달라진 투타 밸런스를 과시하며 연거푸 승리를 거뒀다.

벤치 워크도 돋보였다. 2024년 한국시리즈, 2025년 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쓴맛을 봤던 박 감독의 야구는 한층 독해져 있었다. 박 감독은 타격감이 좋은 선수 위주로 타순을 구성했고 정규시즌과 달리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했다. 그는 “2024년보다는 확실히 냉정하고 냉철해졌다.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도 체력적인 부담을 잘 이겨냈다.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주장 구자욱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타격왕다운 매서운 타격과 최선을 다한 주루로 후배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2026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제패는 ‘원팀’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의 집중력과 경기력, 벤치의 용병술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대구 박현진 전문기자·류재민 기자
2026-11-09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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