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국인… 닷새간 10조 던지자 5천피 털썩

이승연 기자
수정 2026-11-09 00:58
입력 2026-11-09 00:58

코스피, 외국인 손에 좌지우지
45일 중 30일 순매도에 22일 하락장
순매수한 15거래일 중 12일은 상승
‘국민 대형주’ 삼전닉스만 8조 팔아

AI발 롤러코스터… 떠받치다 ‘개미 지옥’
‘블루쓰나미’ 등 글로벌 투심에 과민
작은 거래시장, 악재 때마다 큰 충격
단기 반등 시도… 변수도 역시 AI 투자



외국인이 지난주 국내 주식을 10조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코스피가 12% 가까이 추락했다. 외국인 매매에 지수가 휘둘리는 사이 개인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의 수익률도 외국인보다 부진했다. 이번 주 코스피는 미국 반도체주 상승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상승세를 다시 이어가려면 AI 투자에 대한 불안이 먼저 가라앉아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서울신문이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1일부터 지난 6일까지 45거래일 중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매도−매수)한 날은 30일이었다. 이 가운데 22거래일(73.3%) 코스피가 하락했다. 반대로 외국인이 순매수(매수−매도)한 15일 중에는 12일(80.0%) 코스피가 올랐다. 외국인의 매매 방향과 코스피 등락이 일치한 날이 전체 거래일의 75.6%에 이른 것이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주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한층 거세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지난 2~6일 코스피에서 10조 4427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3조 9710억원, 기관은 4조 499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피는 5730.74에서 5059.69로 11.7% 떨어졌다. 6일에는 장중 4911.28까지 밀렸다. 외국인은 지난 5월부터 7개월째 매도 우위를 이어가는 있는데 지난주 한 주 만에 지난달 순매도액의 절반 수준을 팔아치웠다.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평균한 결과, 지난주 개인이 담은 종목은 17.6% 떨어져 외국인(-12.6%)보다 부진했다.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 중 네이버·카카오·대한항공 등 3개는 올랐지만, 개인이 담은 종목은 한화솔루션을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특히 기간을 9월 1일부터 11월 6일까지로 넓히면 외국인과 개인의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졌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평균 38.1% 하락해 외국인(-18.9%)과 코스피(-26.0%)보다 낙폭이 컸다.





지난주 외국인 매도는 한국 증시의 두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두 종목을 각각 2조 1943억원, 5조 4219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이 전체 순매도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72.9%였다. 이 기간 개인은 두 종목을 4조 1577억원 순매수하며 맞섰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6.1%, 20.2% 떨어졌다.

이런 구조의 문제점은 국내 증시가 글로벌 투자심리에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AI 투자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 반도체주가 매도 압력을 받은 반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는 AI 투자 속도 조절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그동안 많은 미국 헤지펀드가 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로 레버리지(빚을 활용한 투자)를 크게 키웠다”며 “하지만 올해 중순 들어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고려하며 AI 관련 종목군에 대한 레버리지를 축소했는데, 그 대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상대적으로 작은 거래 규모도 외국인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 중 하나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의 연간 거래대금은 3조 3169억달러로 미국의 약 24분의 1, 일본의 약 3분의 1이었다.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의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국내 주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인식에 미국 반도체주 상승이 더해져서다. 지난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미국 주요 반도체주로 구성된 지수)는 4.21% 올랐다. 엔비디아(2.78%), AMD(11.04%), 마이크론(5.12%) 주가도 상승해 국내 반도체주에 매수세가 유입될지 주목된다.

다만 지속적인 상승 여부는 미국 AI 투자 흐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을 아예 막기보다는 전기요금 상승 등 주민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기업 코어위브의 3분기 실적도 변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계획 유지와 자금 조달 여력이 확인된다면 반도체 투자 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연·박소연 기자
2026-11-09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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