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가 입수한 뉴진스 계약서…“성형수술비도 멤버 부담”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수정 2026-11-06 16:05
입력 2026-11-06 11:46

미성년자 보호 조항 누락
계약 종료 후 초상·음성 사용 논란
하이브 “법률 준수…위약벌도 업계 표준”

걸그룹 뉴진스(NJZ)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 2025.3.7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미성년자 시절 소속사 어도어와 체결한 전속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 보호 조항이 빠지고 성형수술 비용 부담과 행동 제한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는 관련 법률을 준수했으며 계약도 적법하게 체결됐다고 반박했다.

NYT는 5일(현지시간) 뉴진스 멤버들이 만 14~17세였던 2022년 체결한 전속계약서를 입수해 법률 전문가 5명에게 검토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한국 정부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명시된 미성년 연예인의 신체·정신 건강과 학습권, 수면·휴식권을 보장하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과도한 노출이나 장시간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도 빠졌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새벽 2시까지 리허설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으며, 멤버 5명 중 4명이 연습생 생활 중 학교를 그만뒀다고 보도했다.

성형수술과 피부 관리 등 미용 관련 비용을 멤버들이 부담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 됐다.



NYT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연습생 시절 성형수술과 피부 관리, 체형 교정 등에 회사가 지출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멤버들이 추후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룹 관계자 2명은 데뷔 전 일부 멤버에게 성형 시술이 권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이브는 성형수술을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시술을 권유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멤버 측의 수정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룹 뉴진스가 22일 공식 유튜브 채널과 소셜미디어(SNS)에 ‘2026 서머 오브 뉴진스’ 영상과 사진을 게시하면서 활동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뉴진스 멤버 혜인·하니·민지·해린. 어도어 제공


NYT가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2022년 1월 한 멤버의 어머니가 계약서 수정을 요청하자 어도어 측 부사장은 초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약 자체를 재고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이브는 계약이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협상됐으며, 정부 표준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조정 사항 역시 멤버 부모들이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멤버들의 사생활과 행동을 제한하는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계약서에는 ‘불성실한 태도’ ‘부적절한 이성 교제’ ‘자기관리 소홀’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평판을 해칠 수 있는 내용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었다.

NYT가 인터뷰한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표현이 모호해 회사가 계약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약벌 산정 방식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계약서에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달만을 기준으로 월평균 매출을 계산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매출이 없는 달을 제외하면 위약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브는 연습생 교육과 가수 활동에 투입한 투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으로, 위약벌 수준도 업계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매달 매출이 발생해 실제 산정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고도 밝혔다. 일부 전문가 역시 금전적 조건 자체는 K팝 업계에서 특별히 이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계약 종료 이후에도 어도어가 멤버들의 이름과 초상, 음성을 사업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사용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NYT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성 복제와 챗봇 제작도 해당 범위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그룹 뉴진스. 왼쪽부터 해린, 혜인, 민지, 하니. 어도어 제공


이에 대해 하이브와 어도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양측의 충분한 논의 끝에 체결된 계약”이라며 청소년 보호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양사는 “계약은 2022년 1월 7일에 계약서 초안이 공유된 이후 4월 들어 계약이 체결됐다”며 “석 달에 걸쳐 질의응답 세션, 이메일 소통, 아티스트 측 변호사 검토를 거친 수정 논의 등 긴 대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별도 부속합의서와 인권 보호 조항을 통해 수면권·교육권·휴식권 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비용 분담과 위약벌 산정 방식도 아티스트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것이 아니다”라며 “CCTV는 연습실 등 공용공간의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만 설치했고, AI 콘텐츠에 목소리와 얼굴을 활용할 경우 아티스트의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였던 민희진과 민희진이 임명한 부대표, 멤버 및 부모, 일부 멤버의 법률대리인이 계약 문구를 조율하고 최종 서명했다”며 민 전 대표가 계약 주체였음을 기사에 명시해달라고 NYT에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계약의 주체가 사실상 하이브였다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 측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뉴진스 전속계약서의 초안은 하이브 법무팀에서 작성했으며 계약서의 수정 작업 역시 하이브 법무팀을 통해 진행됐다”며 “어도어는 하이브가 작성한 계약서를 바탕으로 아티스트 측과 소통하고, 부모들의 질문과 수정 요청을 하이브 법무팀에 전달하며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이브 대표이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자회사 대표이사가 승인할 수 없는 구조를 설계한 뒤,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만들어 입장문을 배포한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비판했다.

이번 보도는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뉴진스는 2024년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으나, 2025년 3월 법원은 어도어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어도어는 이후 다니엘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NYT에 따르면 청구액은 약 2200만 달러(298억원)로 대부분이 위약벌에 해당한다. 다니엘 측은 이를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김유민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