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푼 지 2주 만에… 또 ‘스토킹 살인’ 못 막았다

손지연 기자
수정 2026-11-06 01:13
입력 2026-11-06 00:51

서울서 전 연인 살해 60대男 체포
네차례 신고… 살인미수 정황까지
檢, 암 수술 이유 구속영장 미청구
경찰 “27차례 점검… 추가 신고 없어”

14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직원이 전자발찌를 보이고 있다. 2026.10.14.
연합뉴스


스토킹 피해 신고로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가해자에게 전자발찌까지 부착됐지만, 결국 70대 여성 피해자가 살해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고, 이후 피해자 보호조치까지 종료돼서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위험성 판단 기준과 피해자 보호 체계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5일 은평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전 연인인 7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 B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A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B씨의 주거지를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B씨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5개월 전부터 총 4차례 스토킹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6월 두 차례 A씨의 신고를 받고 B씨에게 잠정조치 1·2·3호(서면 경고·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적용했다. A씨는 이때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 7월 스마트워치로 B씨의 스토킹과 폭행을 신고했고, 서울 마포서는 B씨를 긴급체포해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서부지검(서울서부지방공소청)은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일부 범죄에 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고, B씨가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경찰은 살인미수 대신 스토킹과 폭행 등 혐의로 B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후 B씨를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다. B씨는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구치소에 유치됐고, 석방 후에는 10월 22일까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부착이 종료된 지 약 2주 만에 A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를 관계성 범죄 피해 A등급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지난달 전수점검에도 포함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사건 이후 27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모니터링했고, 추가 신고가 없어 안전조치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이 종료된 이후에는 안전조치에 대한 A씨의 추가 요청이 없어 추가 보호조치는 이어지지 않았다.



관계성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수차례 반복됐다. 지난해 7월 경기 의정부에서는 스토킹 피해를 세 차례 신고한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잠정조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반복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같은 달 대구에서는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여성이 살해됐다. 당초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가해자가 성실하게 조사받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고, 이후 가해자는 피해 여성의 집에 침입해 범행했다.

손지연·정회하 기자
2026-11-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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