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막게 ‘콜드월렛’ 쓰라는데…투자자 코인 출금 늦어질 수도 [경제 블로그]

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수정 2026-11-05 01:26
입력 2026-11-04 23:20

당국 “인터넷과 분리 지갑 확대”
보안 확인·승인 등 시간 더 걸려
거래소, 안전·물량 확보 딜레마

은행이 도둑을 막겠다며 현금을 대부분 금고에 넣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는 조금만 남겨뒀다고 해볼까요. 돈은 안전하겠지만 인출이 몰리면 금고에서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죠.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바이낸스 해킹 이후 국내 거래소에 ‘콜드월렛’ 보관 비중을 높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된 코인 보관 지갑입니다. 온라인 지갑인 ‘핫월렛’에 두는 물량을 줄여 해커가 훔쳐갈 수 있는 코인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출금입니다. 고객이 코인을 다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옮기려면 핫월렛에 해당 코인이 충분해야 합니다. 부족하면 콜드월렛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보안 확인과 승인 절차 등에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코인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오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현재 거래소는 고객 자산 가치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합니다. 다만 코인별이 아닌 전체 자산을 합쳐 계산합니다. 전체 보관 비율이 99%여도 여러 종류 중 특정 코인의 출금 준비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TM에 돈이 있어도 내가 찾으려는 외화는 모자랄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난 8월 빗썸에서는 일부 코인의 출금이 13시간 넘게 지연됐습니다. 출금 요청이 몰려 핫월렛 물량이 부족해졌다는 게 빗썸의 설명입니다. 그사이 다른 거래소로 옮겨 더 비싸게 팔 기회를 놓쳤다는 이용자 불만도 나왔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딜레마입니다. 온라인에 많이 두면 해킹이 걱정이고, 오프라인에 많이 넣으면 출금에 대비해야 합니다. 보관 비중을 높이는 것과 함께 코인별 출금 물량과 안전한 이동 절차도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잘 잠근 금고’와 ‘제때 열리는 출금 창구’ 모두일 테니까요.



김예슬 기자
2026-11-05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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