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들

김헌주 기자
수정 2026-11-05 01:25
입력 2026-11-04 22:50
조희대 국정조사 멈춘 지금이 기회
혁신당·한국노총 쓴소리 불편한가
민주당다움이 뭔지 스스로 답할 때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요구서를 5일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의견을 더 수렴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카드를 아예 접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사법부 수장을 향해 압박 강도를 높여 가던 민주당이 ‘일단 멈춤’으로 속도 조절을 한 건 평가할 만하다.그러나 멈춘 것만으로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숙의를 위해서였는지, 타이밍을 보려는 것이었는지는 그다음 선택으로 드러날 것이다.
공교롭게도 국정조사 숨고르기에 나선 3일, 민주당의 정체성을 묻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우리가 아는, 국민이 70년간 지켜온 그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맞느냐’고 물었고,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 민주당다운 모습이냐’고 작심 비판했다. 집권 이후 민주당이 누구를 보며 정치를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해됐다.
강령에는 서민과 중산층 대변,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극복, 계층·세대·성별·지역 간 갈등 해소를 써놨는데 민주당은 정녕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김 위원장이 김민석 대표 면전에서 ‘민주당다움이 뭐냐’고 따져 물은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다움의 기준으로 노동 존중, 약자 보호, 불평등 완화, 국민과의 약속 이행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눈에 띄는 건 ‘약속 이행’이다. 야당일 때는 ‘노동권을 보장하겠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겠다’는 선언으로 지향점을 드러낼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은 정책과 예산, 입법으로 증명해야 한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161석을 지닌 다수당이다.
잘못된 권력을 탄핵, 특검 등의 방식으로 견제하며 정체성을 드러낸 야당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메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지역 투자와 노동권 보호가 충돌할 때, 세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년 연장 문제를 다룰 때, 신설된 미래대응기금을 어디에 쓸지를 놓고 정부·야당과 힘겨루기를 할 때 민주당이 끝까지 놓지 않는 원칙이 무엇인지가 곧 정체성이다.
그런데 아직까진 그 정체성이 흐릿하다. 주52시간 예외 등 노동특례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기존 방침과 달리 허용하는 쪽으로 결단했다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노동계 우려에 특례를 뺀 법안을 별도로 발의한다고 집권여당으로서 설명 책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내후년 총선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은 1년 5개월. “이대로 가면 2028년 총선은 필패”라는 신 대표의 주장을 단지 우군의 불만으로 치부하기엔 민심이 심상찮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 위험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혁신당 간 합당, 신천지 개입설을 두고 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걸 보면 위기감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당장 김 대표가 공언한 ‘취임 3개월 내 10% 포인트 상승’ 목표를 달성했느냐를 놓고 언론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건 내년 이맘때쯤 지금 수준 이상의 지지율이 유지될 수 있느냐다. 지금 지지율이 반짝 오른다 한들 다시 고꾸라지면 무슨 소용인가.
그러려면 더이상 정부가 하는 일을 방어만 해줄 수도 없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여당이 냉정하게 짚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2040년 데이터센터 최대 전력 수요 전망이 4개월 만에 ‘뻥튀기’된 부분을 지적한 민주당 박지혜 의원처럼 감시자 역할을 해야 정부도 긴장한다.
‘조희대 때리기’를 계속한다고 실망한 지지자들이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이미 끝났다고 한다면 국정조사 추진을 잠시 멈춘 지금이 민주당에는 기회다. ‘구조적 다수’가 되는 길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지지층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게 없다면 민주당다움을 묻지도 않을 것이다.
김헌주 정치부 차장
2026-11-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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