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발레 슈즈 신는 이사장님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수정 2026-11-05 01:25
입력 2026-11-04 18:01

서울문화재단 박상원의 도전

“플레이어로 서울 문화예술 지원”
새달 ‘호두까기인형’ 특별한 무대
내년 최장수 이사장 기록도 경신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4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배우와 무용수, 사진작가와 예술감독으로 40년 넘게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플레이어’로서 서울 시민이 문화예술을 더 쉽고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4일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만난 박상원(67) 이사장은 막 첫 임기를 시작한 것처럼 설레 보였다. 실제로는 2021년 이사장을 맡아 3년 임기를 채웠고, 2027년까지 거듭해서 연장된 터였다. 내년 1월이면 소설가 박범신(2007~2012)을 넘어 역대 최장수 기록을 고쳐 쓰게 된다.


1980~1990년대 드라마 ‘인간시장’과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이지만, 그때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단 이사장과 서울 강남구의 ‘강남페스티벌’ 공동조직위원장뿐 아니라 12월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무대에도 오른다. 그가 맡은 ‘드로셀마이어’ 역은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투영된 캐릭터로 주인공 클라라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하며 1막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국내로 국한시키면 역대 최고령이자 최초의 비전문 무용수 캐스팅이다. 그는 12월 17~30일 예정된 공연 중 5회 출연한다.

배우 이미지가 짙지만, 그는 서울예술대 연극과에 입학한 1978년부터 현대무용과 발레, 한국무용을 섭렵했다. 시립가무단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럼에도 1984년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더 케이지(THE CAGE)’ 이후 42년 만에 발레 슈즈를 신는 건 모험이자 도전이다. 그는 “드로셀마이어는 대사와 연극적으로 표현할 부분이 많지만, 주인공 클라라를 들어 올리는 등 무용 동작이 들어가기 때문에 몸 관리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젊은 무용수들과 같은 신체적 조건으로 공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박상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드로셀마이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3년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설립된 재단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은 물론, 문화예술인 지원과 창작 지원, 창작 공간 운영을 하고 있다. 그가 송형종 재단 대표이사와 함께 고민 끝에 출범시킨 조직이 서울문화예술포럼이다.



박 이사장은 “최근 미국 여행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에서 독자들이 뽑은 세계 최고 대도시 1위에 서울이 선정됐다. 이런 흐름을 이어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만든 것이 포럼”이라며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면 저녁 7시부터 2시간이면 끝난다. 관객들이 2시간 전에 와서 즐기고, 공연 후 2시간을 더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구상인 ‘대락(樂)로’ 등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누구나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2026-11-05 23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