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은폐하려 했나…중앙선관위, 투표록 조작 지시 의혹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1-04 14:05
입력 2026-11-04 14:01
“중앙선관위 지시로 투표록 사후 위·변조”
“최소 40여곳 투표소 투표록 위·변조 정황”
“선거 후 기록 추가·수정…국회 제출 추정”
선관위 특검, 중앙·서울시선관위 압수수색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에서 선거 기록인 ‘투표록’이 사후 위·변조된 정황을 특별검사팀이 포착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급 선관위에 투표록 수정을 지시했고, 최소 40여곳의 투표소에서 실제로 기록이 바뀐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은 4일 오전 9시쯤부터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특검보 1명과 검사 4명, 포렌식 수사관 14명, 수사관 25명 등 총 44명이 투입됐다.
특검팀이 새롭게 포착한 혐의는 투표록 위·변조다. 투표록은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교부했는지, 투표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을 기록하는 중요 공문서다. 투표소에서 선관위 업무를 대행하는 지자체 공무원이 투표관리관 등 자격으로 작성하며, 개표가 끝나면 봉인해 당선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보존해야 한다.
문제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서 발생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전국 140여곳의 투표소에 일련번호가 인쇄되지 않은 이른바 ‘무번호 투표용지’가 배포돼 실제 투표에 사용됐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인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가 무번호 투표용지 사용에 따른 책임 추궁이나 소송 가능성을 우려해 선거가 끝난 뒤 각급 선관위에 투표록의 사후 기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지시를 받은 각급 선관위는 투표록에 무번호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임의로 써넣거나, 특이사항란에 ‘투표용지 부족을 예상하고 선관위에 대책을 요청했다’, ‘무번호 용지를 전달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무번호 투표용지를 전달받은 전국 140여곳의 투표소 가운데 최소 40여곳에서 이처럼 사후 위·변조된 투표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검팀은 사후 수정된 투표록이 중앙선관위에 취합된 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졌을 때 국회 등에도 그대로 제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선거 당일 작성하고 봉인해 보존해야 할 공식 기록이 사후에 바뀐 데 이어 외부 기관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투표록 위·변조 의혹은 특검팀이 기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혐의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무유기 혐의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투표록 사후 기재 지시가 내려진 경위와 실제 수정 과정, 관련 기록이 중앙선관위에 취합된 경위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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