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자발적 모금으로… 41년 만에 제주대에 ‘4·3기념비’ 세운다

강동삼 기자
수정 2026-11-04 13:17
입력 2026-11-04 13:17
4·3의 후예 제주대 학생들, 4·3정신계승기념비 연내 조성
대학 예산 없이 학생들 후원으로… 11월 말 모금 마감 예정
1985년 총학생회칙에 ‘4·3의 후예’ 명시… 추모공간 구현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 통국사에 제주 4·3 희생자를 위한 위령탑을 보고 정작 4·3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내온 제주대학교에는 추모 공간이 없어서 교내에 4·3 기념비를 세우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양유준 제주대 총학생회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제주4·3정신계승기념비-평화와 기억의 자리’를 올해 안에 건립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4월 4·3 78주년을 맞아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일본 오사카의 통국사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지에서 4·3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간을 둘러본 학생들은 4·3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제주대에는 정작 이를 기억할 공간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의견을 나누면서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고, 지난 8월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의 공식 의결을 거쳐 사업을 본격화했다. 전 단과대학 학생회도 참여하면서 학생사회 전체가 뜻을 모았다.
특히 1985년 4월 제정된 제주대 총학생회칙 전문은 ‘4·3의 후예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는…’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4·3 계승을 학생자치의 정신으로 명시한 지 41년 만에 이를 교내에 실질적인 기억 공간으로 구현하게 된 것이다.
기념비는 대학 예산 지원 없이 학생과 학내 구성원, 도민 등의 자발적인 모금과 후원으로 조성된다. 당초 모금 목표액은 5000만원으로 잡았지만, 학생회가 여러 석재업체를 찾아 제작 방식을 협의한 결과 건립 비용을 1000만원 안팎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학생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금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양 총학생회장은 “기념비 디자인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두 가지 안으로 압축됐다”며 “하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대자보를 형상화한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門) 형태인데 학생회는 두 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치 장소는 학생회관 인근과 교내 동백정원 두 곳을 놓고 협의 중이다. 당초 대학 측과는 동백정원 설치를 논의했지만, 학생들이 직접 모금해 건립하는 만큼 학생들의 일상과 가까운 학생회관 인근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양 총학생회장은 “2021년 4·3 특별법 전부개정 이후의 4·3은 제주의 청년들이 직접 고민하고 이끌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기념비 건립을 통해 역사 왜곡에 맞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제주대 학생들이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점 국립대학인 제주대가 4·3을 인권과 평화의 역사로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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