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혜휼의 정(情), 낯선 땅 노동의 고단함을 품다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1-04 10:03
입력 2026-11-04 10:03

경희의료원·복지부노조 등 민·관·학 손잡고 원주서 외국인근로자·다문화가정 무료진료
KOFIH 이동차량 사업 통해 지난 5개월 동안 전국 2,000여 명에 따스한 ‘인술의 온기’ 전해

경희대 외국인 환자 진료.jpg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의 전·현직 의료진으로 구성된 (사)경희-국제의료협력회 진료봉사팀을 비롯해 관계기관 실무자와 자원봉사자 등 약 60명이 참여해 이달 1일 강원도 원주의 상지대 누리관 1층 강원 소셜라운지에서 외국인근로자 및 다문화가정 대상 무료 진료봉사를 진행했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강원도 원주의 상지대 누리관 1층 강원 소셜라운지 안은 사람들의 숨결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언어도, 피부색도, 고향도 다르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의 가슴속에는 단 하나의 간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삶’이다.

경희의료원과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이 주최하고 원주시민정책연대, 상지대, (사)경희-국제의료협력회,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주)아이티에스컨버젼스 등 각계 기관이 마음을 모아 이달 1일 (일) 마련한 외국인근로자 및 다문화가정 대상 무료 진료봉사 현장의 풍경이다.


언어의 장벽과 높은 문턱으로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해 통증을 참아내야만 했던 타향살이의 고달픔. 그 아픈 마음을 감싸 안은 것은 청진기를 대는 의료진의 따뜻한 손길과 눈빛이었다.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전·현직 의료진으로 구성된 (사)경희-국제의료협력회 봉사단과 봉사자 60여명은 이날 마주한 외국인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내과, 외과, 비뇨의학과, 피부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 필수 진료 과목이 총동원되었다. 특히 여성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자궁경부암 검진과 내과의 심전도 및 심초음파 검사는 단순한 일회성 진료를 넘어, 보이지 않는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었다. 최혁진 국회의원도 현장을 찾아 땀 흘리는 봉사자들과 외국인근로자들의 손을 잡으며 보편적 건강권의 숭고한 의미를 더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KOFIH의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 이동차량’은 단순한 의료 장비의 이동을 넘어,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인간존중의 가치를 실어 나르는 희망의 이동병원이었다. 경희의료원 의과학문명원 글로벌공공협력팀이 지난 5월부터 20개월간 위탁 수행 중인 이 사업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권을 회복시키는 공공보건의료의 결정체다. 사업 시작 후 지금까지 전국의 현장을 누비며 약 2,000여명의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의료의 온기를 전했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외국인근로자 역시 우리 사회를 함께 떠받치고 있는 귀한 구성원”이라며 “의료기관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모두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가 다 함께 이들의 건강을 살핀 뜻깊은 여정”이라며 “단 한 사람도 의료 접근의 한계 때문에 건강을 잃는 일이 없도록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소회를 밝혔고, (사)경희-국제의료협력회 회장인 이석환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는 “진정한 인술(仁術)은 도움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곳을 직접 찾아가 나눔을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소외된 이웃을 향한 지속적인 걸음을 약속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을 밝히는 빛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다가가는 작고 진실한 행동에서 시작된다. 경희의료원과 수많은 협력 기관들이 강원도 원주에서 쏘아 올린 따뜻한 신호탄은 국경을 뛰어넘어 소외된 모든 이들의 삶을 보듬는 참된 의료 정의의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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