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 사실만으로 마녀사냥하는 우리사회 돌아보길”…영화 ‘최종면접’ 김정훈 감독[인터뷰]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1-03 09:37
입력 2026-11-03 09:37
“6명 모두가 범인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진범이 누군지 예측하시기 어려울 겁니다.”
영화 ‘최종면접’을 연출한 김정훈(49) 감독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만큼 단단히 준비했다는 뜻일 터다. 4일 개봉하는 ‘최종면접’은 세계적인 IT 전문회사에 지원한 6명이 최종면접을 치르다 위기에 휘말리는 모습을 그렸다. 애초 선발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던 회사는 면접 직전 “1명의 합격자만 뽑기로 했다”고 통보한다. 한 달간 팀 토론을 준비하며 가까워진 지원자들은 서로 1표씩 행사해 다득점자로 최종 합격자를 뽑자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그러나 면접 도중 각자의 이름 쓰인 의문의 봉투 6장이 발견된 뒤 걷잡을 수 없는 폭로전이 시작된다.
일본 작가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을 원작으로 삼아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차례차례 터지는 폭로 사건은 뉴스에서 접했던 것들이다. 조이현, 김재원, 신승호, 강유석, 곽동연, 배강희의 6명의 젊은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스크린을 뜨끈하게 만든다.
2일 서울신문과 만난 김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이라도 겹치지 않도록 신경 써서 배우를 섭외했다”면서 “면접실이 한정된 공간이라 대사 리딩뿐 아니라 동선 리허설까지 미리 철저하게 준비했다. 각 캐릭터의 감정선에 대해 배우들과 오래 토론했는데, 그 과정에서 극이 탄탄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먼저 비밀이 폭로되는 백승빈을 맡은 신승호 배우의 연기를 호평했다. “처음에 세게 치고 나가주지 않으면 ‘다음 봉투를 뜯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터였다. 그렇다고 너무 세게 나가 폭력적으로 보이면 안 됐다. 첫 ‘5대 1’ 구도에서 신승호 배우가 적절한 에너지로 적정선을 잘 맞췄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후 봉투가 공개될 때마다 서로를 의심하는 분위기는 더해간다. 감정에 따라 바뀌는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비추면서 긴장감을 올린다. ‘쩨쩨한 로맨스’(2010), ‘탐정: 더 비기닝’(2015), ‘해적: 도깨비 깃발’(2022) 등 장르영화를 주로 만든 김 감독의 매끈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봉투가 공개될 때에는 해당 인물이 집중된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5명의 배우에게 ‘카메라가 너를 비추지 않더라도 액션을 취하고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물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한마디로 ‘배우들 얼굴 그 자체가 미장센인 영화’”라고 덧붙였다.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합격자가 정해진 뒤 6년 후 누군가가 면접자들을 찾아다니는 인터뷰 장면을 중간중간 넣어 궁금증을 증폭한다. 범인 인터뷰 역시 거짓말을 적절하게 넣어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관객은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야 한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서로를 헐뜯는 것 같습니다. 최근 영화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소셜서비스(SNS)를 보면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자극적인 이슈로 마녀사냥에 나섭니다. 우리 사회가 사건의 이면을 보려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기중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