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사법개혁 ‘동물농장’” 글 이어… 판사들, 댓글로 이례적 비판 목소리

김희리 기자
수정 2026-11-02 17:46
입력 2026-11-02 17:46
연합뉴스
현직 법관이 최근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 움직임을 비판하며 사법개혁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댄 글을 올린 가운데, 동료 법관들의 ‘공감한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특정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적인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을 조심하는 법관 사회 특성상 여러 법관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찬용(사법연수원 44기)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가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게시한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는 이날까지 “공감한다”, “동의한다”, “지지를 보낸다”는 등의 댓글이 10개 넘게 달렸다.
성 판사는 해당 글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는데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미연(27기) 청주지법원장은 성 판사의 글에 댓글을 달고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사법부를 비난하며 탄핵 운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자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한다”면서 “개별 판사가 대법원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하급자로서 지시에 따라 판단한다는 생각이 깔린 것인가. 그건 저를 비롯한 전체 판사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법원장은 “이미 내란 특검에서 결론이 났음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타진요’가 생각났다”며 “사법부의 수장에 대해서도 그럴진대 이후 자신들이 생각한 결론과 다른 판단을 한 판사를 국정감사장에 부르지 않는다고, 법왜곡죄로 법정에 세우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국양근(41기)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도 “헌정사에서 정치권력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부 수장을 겁박한 적이 있었느냐”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장마저 이렇게 난도질하는데 이 모습을 보는 법관들이 정말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동호(44기)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판사는 “삼권분립이 풍전등화에 놓인 시국에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을 행사하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뼈저리게 성찰하게 된다”고 댓글을 달았다. 한윤옥(35기) 창원지법 밀양지원장도 “사법권 독립 및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그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잠식되고 위협받는 순간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시민의 것이 아닌 국가 사법권까지 손에 쥔 거대 정치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적었다.
반면 사법부가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반론도 제기됐다.
박병곤(41기)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전날 코트넷에 ‘사법부 독립을 말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성 판사님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을 존중하지만, 그 걱정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으려면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12·3 내란과 같은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법원이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례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서 발생한 일도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 등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동의한다”는 댓글과 “현재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탄핵 요구 등은 법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의 도를 넘어섰다”는 댓글들이 함께 달렸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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