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장에 뜬 ‘엄마 수험생’ “우리 애 과탐 깔아줄게”…‘극성맘’ 손가락질 못하는 이유 [이슈픽]

김소라 기자
수정 2026-11-02 20:35
입력 2026-11-02 17:11
‘사탐런’에 과탐 1등급 인원 급감
“등급 산정 불리, 하위 등급 받아주겠다”
수능 과탐 2과목 응시 7만명…1년새 8% 급감
“이과 친구들이 사탐(사회탐구) 선택할 때 꿋꿋하게 과탐(과학탐구) 선택한 우리 아이, 엄마가 등급 깔아줄게!(상대평가 등급제에서 하위 등급을 받겠다는 뜻)”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9일)을 보름가량 앞둔 가운데, 올해 수능 시험장에서도 ‘엄마 수험생’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상대평가로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가 산출되는 탐구과목에서 일부러 ‘하위 등급’을 받아 자녀가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올해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자녀의 입시를 위해 수능 응시까지도 불사하는 이들 학부모들을 향해 일각에서는 ‘극성맘’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른바 ‘사탐런’(이과 수험생들이 과탐 대신 사탐에 응시하는 것) 현상으로 과탐을 선택한 소수의 수험생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 탓에 이들 학부모의 심정에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2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수능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2027학년도 수능 응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A씨는 탐구영역으로 자녀가 선택한 과탐 2과목을 똑같이 선택했다고 전했다. A씨는 “우리 아이처럼 과탐을 선택한 학생들이 안쓰러워 돕고 싶어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수시 합격했다, 내가 과탐 깔아줄게”
수험생들이 ‘과탐 하위등급’ 자처하기도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자녀가 과탐을 선택한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라도 깔아줘야 할까”를 고민하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학부모 B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아이 친구 엄마한테 이야기를 듣고 함께 수능 응시를 접수했다”고 썼다.
수시모집에 합격해 수능 탐구과목 성적이 필요 없는 수험생들이 ‘과탐 깔아주겠다’며 과탐에 응시하는 사례도 적잖다.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는 “수능 국·수·영 최저등급만 받으면 돼서 과탐을 깔아주겠다”며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도움이 될지 묻는 글, 자신이 실제 과탐을 선택해 수능 응시를 접수했다는 글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유독 과탐 과목에서 ‘등급 깔아주기’를 자처하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사탐런’ 현상으로 인해 과탐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사회·과학탐구영역에 응시하는 수험생 52만 7255명 가운데 사탐 2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36만 7073명(69.6%)에 달해 전년(61.0%) 대비 8.5%포인트 급증했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기조 아래 대학들이 이공계열에서 과학탐구 필수 응시를 폐지하기 시작하자 과탐에 응시할 필요가 없어진 이과 수험생들이 사탐으로 몰렸고, 과탐 2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이번 수능에서 7만 5036명(14.2%)에 그치며 전년(22.7%) 대비 8.5%포인트 급감했다.
‘문·이과’ 통합에 이과생도 사탐 선택
“과탐에 상위권 몰려 경쟁 불리” 우려도상대평가 채점제에서 상위 4%에게만 주어지는 1등급은 해당 과목의 응시자가 줄어들수록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의 인원 자체가 줄어든다.
지난 9월 치러진 평가원의 2027학년도 9월 모의고사(‘9모’)에서는 과탐 2과목에 응시한 수험생이 5만 1461명으로 전년도(9만 1609명) 대비 43.8% 급감했다.
진학사가 ‘9모’ 채점 결과를 토대로 탐구영역의 1등급 인원을 계산한 결과, 과탐 각 과목의 1등급 인원은 총 8311명(8개 과목 1등급 인원을 단순 합산)에 그쳐 전년도(1만 4324명) 대비 42% 급감했다.
과탐 응시 인원이 줄었다고 1등급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응시자가 극단적으로 적으면 동점자 탓에 등급 산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또한 과탐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사탐을 선택하며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서울 주요대학 자연계열은 여전히 과탐 2과목을 요구해 과탐에서는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주요대학들은 과탐 과목에 대해 단순 등급이 아닌 백분위와 표준점수를 활용해 선발하거나,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과탐을 선택한 수험생들의 불리함을 해소하려 하기도 한다.
입시업계는 ‘사탐런’ 현상 탓에 과탐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불리함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며 철저한 전략 수립을 주문한다. 진학사는 “서울대 자연계처럼 과탐 2과목을 필수로 요구하는 모집단위에서는 지원자 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입시 결과에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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