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여 토지 매도청구 요건 완화한 개정 주택법 공포 즉시 시행…기존 조합에도 적용 - 국공유지 33% 포함한 서울 신림동 ‘관악센트럴시티’, 2차 조합원 모집 채비
[사진=기사 내용 설명자료, AI생성 이미지 Gemini]
서울 곳곳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이 인허가 절차를 재개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 8일 시행된 주택법 개정안이 사업계획승인 신청 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낮추면서, 승인 문턱 앞에 멈춰 서 있던 사업장들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나 소형 주택(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공동 매입하고 주택을 짓는 제도다. 그동안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사업지 토지 소유권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했는데, 이 마지막 구간이 사업의 최대 병목으로 꼽혀 왔다. 사업부지 대부분을 매입한 뒤에도 극소수 지주와의 보상 협상이 장기화하며 사업이 표류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토지 확보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 이자 부담이 불어나고 조합원 분담금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15건의 법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통합·조정한 대안이다. 핵심은 사업계획승인 단계의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95%에서 80%로 완화한 점이다. 당초 공포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던 해당 조항은 본회의 직전 수정안 반영을 통해 공포 즉시 시행됐으며, 법 개정 전까지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기존 조합에도 소급 적용된다. 다만 기존 사업장의 조합설립인가 단계 요건(토지 사용권원 80% 이상·소유권 15% 이상)은 종전대로 유지된다.
개정법에 따라 80%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는 법원 감정평가를 거쳐 시가 수준의 보상을 전제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시공사나 업무대행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토지도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매도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사업지 내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1년 이상 거주한 원주민 지주가 전용 85㎡ 이하 1주택 요건과 무관하게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특례도 신설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통해 업무대행사 등록제 도입, 조합비 세부 집행 내역 공개 의무화, 조합 해산 요건 완화(3분의 2 이상→과반수) 등을 제시한 바 있어 사업 속도와 투명성을 함께 높이는 후속 제도 정비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인허가 기간이 평균 1~2년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 개정 직전인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은 총 112곳으로, 단계별로는 ▲조합원 모집신고 82곳 ▲조합설립인가 15곳 ▲사업계획승인 4곳 ▲착공 11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토지 사용권원을 80% 이상 확보한 사업장은 9곳이며, 가운데 6곳이 역세권 용적률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사업지다. 실제로 서울 성북구 정릉역 인근 조합은 토지 소유권 86.5%를 확보하고도 기존 95% 기준에 막혀 있었으나, 법 개정 직후 즉시 사업계획승인 신청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서 약 18만 가구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 개정 소식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사업 정상화가 기대되는 현장을 찾는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신규 추진 사업장은 조합원 모집신고 단계부터 토지 매매계약 80% 이상 확보 등 진입 요건이 대폭 강화돼, 이번 법 개정의 실질적인 수혜는 기존 사업장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관악센트럴시티 조감도 [제공: (가칭)신림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전철 난곡선 계획안상 난곡사거리 인근 정거장(가칭) 예정지와 인접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관악센트럴시티’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업지는 전체 부지의 약 33%가 국공유지로 구성돼 민간 지주와 개별 협상해야 하는 사유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지난 2020년 조합원 모집신고를 마친 기존 사업장이어서 사업계획승인 토지 소유권 기준을 80%로 낮춘 개정 주택법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가칭)신림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2차 조합원 모집 안건을 의결했으며, 현재 관할 구청의 변경신고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모집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순차적으로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승인 절차를 밟아 나간다는 방침이다. 단지는 현행 사업계획(안) 기준 지하 1층~지상 7~15층, 총 706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다만 개정만으로 모든 사업이 정상화되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부실 사업장 일부가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모집 홍보 내용(건축규모·세대수·사업비·분담금 등)은 사업계획(안)일 뿐 확정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 자치구 안내와 업계의 공통 유의사항이다. 완화된 요건 위에서 정보 공개와 일정 관리로 신뢰를 증명하는 사업장이 시장을 이끄는 ‘80% 시대’의 새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