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치료만 고집하다 ‘두개골조기유합증’ 치료 골든타임 놓칠라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1-02 14:44
입력 2026-11-02 14:44
영유아 두상 변형, ‘자세성 사두증’과 ‘두개골조기유합증’ 감별 중요
두개골성형술부터 내시경수술까지…아이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신생아 두개골은 하나의 단단한 뼈가 아니라 여러 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다. 뼈와 뼈 사이에는 ‘봉합선’이라는 유연한 연결 부위가 존재해 아기의 뇌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두개골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세성 사두증은 아기의 성장 과정이나 수면 자세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호전되거나 물리치료, 두상 교정 헬멧 등으로 교정이 가능하다. 반면,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이 같은 봉합선 중 하나 이상이 정상적인 시기보다 비정상적으로 일찍 닫히는 선천성 질환이다. 봉합선이 닫힌 방향으로는 두개골의 성장이 극도로 제한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다른 방향으로 머리가 확장되면서 독특하고 기형적인 두상 변형이 나타난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상대 교수는 “두개골조기유합증이 발생하면 머리가 앞뒤로 길고 유난히 좁아지거나 이마가 한쪽으로 비대칭을 이루고, 뒤통수 또는 머리 전체의 형태가 심하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일부 환아에서는 단순한 외형 문제를 넘어 안면 비대칭, 두개내압(머릿속 압력) 상승, 시력 저하, 발달 지연 등이 동반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이 아기의 두상 변형을 발견했을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단순한 자세성 사두증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이미 뼈 사이의 봉합선이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붙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시중의 교정 헬멧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아기의 머리 모양이 유난히 비대칭이거나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변형이 눈에 띄게 뚜렷해진다면 즉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성형외과 유희진 교수는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이마와 뒤통수의 형태, 귀의 위치, 얼굴의 비대칭 등을 다각도로 종합해 살펴야 한다”며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단순한 외견 관찰에 그치지 않고, 영상검사를 통해 봉합선의 정확한 유합 여부와 두개골 변형 정도를 정밀하게 평가해야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개골조기유합증으로 진단되면 대부분 구조적 공간 확보를 위한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최소침습적 내시경을 이용해 유합된 봉합선을 절제하는 방법과 두개골을 직접 정교하게 재배치해 형태를 바로잡는 ‘두개골성형술’이 있다.
내시경수술은 절개 범위가 작아 출혈과 회복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로 생후 초기의 매우 어린 영아에게 적용되며, 수술 후에도 일정 기간 보조적인 헬멧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반면, 발견 시기가 다소 늦었거나 두개골 변형이 이미 심화된 경우, 그리고 유합된 봉합선의 복잡한 유형에 따라서는 두개골성형술이 훨씬 적합하다. 결국 수술 방법은 유합된 봉합선의 위치와 개수, 전체적인 변형의 정도, 아기의 월령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맞춤형으로 결정해야 한다.
김상대 교수는 “두개골성형술은 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용적을 확보하는 동시에 변형된 두개골의 미적·구조적 형태를 바로잡는 고난도 치료”라며 “뇌와 주변 신경 조직의 안전성을 세밀히 살피는 신경외과와 두개골의 구조적 교정을 전담하는 성형외과의 고도의 전문성이 함께 요구되는 만큼, 두 진료과의 긴밀한 협진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수술을 마쳤다고 해서 치료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영유아의 두개골은 신체 성장에 따라 형태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기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추가적인 두상 변형이나 두개내압 상승 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유희진 교수는 “대부분의 환아는 한 번의 수술로 근본적인 치료가 마무리되지만, 여러 봉합선이 복합적으로 유합된 고위험군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변형이 재발할 수 있다”며 “두개골의 성장 양상과 좌우 대칭성을 면밀히 관찰해 추가적인 교정 수술이 필요한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더해 소아 환자 특유의 발달 지연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치료의 핵심 축을 이룬다. 크루존 증후군, 에이퍼트 증후군, 파이퍼 증후군 등 유전성 두개안면 기형과 연관된 ‘증후군성 두개골조기유합증’의 경우 각 질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신경발달학적 문제가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 심영규 교수는 “발달 과정에 있는 소아 환자의 특성상 발달 지연 여부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 진료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며 “다른 신체적 이상 소견이 관찰되는 증후군성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조기에 필요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여 정확히 감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이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운동, 언어, 인지 등 영역별 발달 상태를 다각도로 평가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조기 개입과 전문 재활치료로 신속하게 연계하는 통합적 진료체계가 궁극적인 치료 성공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