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도 씹어 먹은 치킨 외길”…BBQ 31년 일군 윤홍근의 승부수 [창업주의 비밀노트]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수정 2026-11-02 11:43
입력 2026-11-02 11:37

대기업 영업 사원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2030년 세계 5만개 매장 목표



“대한민국 치킨으로 전 세계 80억명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기쁘게 만들겠다.”

치킨이 ‘국민 소울푸드’(인생음식)로 자리 잡기까지 그 이면엔 대기업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를 길러낸 윤홍근(71)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의 집념이 있었습니다. 소화제를 가지고 다니며 하루도 빠짐없이 치킨을 먹고, 생닭 시식도 불사하며 ‘치킨 외길’을 걸은 윤 회장의 추진력은 동네 간식집이었던 BBQ를 매장 4700여개의 국가대표 브랜드로 키웠습니다. 올해로 31년이 된 BBQ의 역사는 단순히 시간이 쌓아 올린 성과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해 온 도전의 연속입니다.


종갓집 종손에서 장교로…추진력 리더형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제너시스BBQ 제공


1955년 전남 순천의 한 종갓집에서 종손으로 태어난 윤 회장은 여수에서 해운 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보며 기업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아버지가 “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새 운동화와 책가방을 선물해 준 이래 윤 회장에게 기업이란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윤 회장은 “이때부터 내 꿈은 여느 아이들처럼 대통령이나 군인, 판·검사가 아닌 큰 회사의 회장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나 불과 10년 뒤 갑작스레 쓰러진 아버지가 열흘 만에 사망하면서 회사는 부도가 났고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조선대에 진학한 윤 회장은 당시 졸업 후 취업 걱정을 덜 하기 위해 학사장교 1기로 입대합니다. 떠밀리듯 들어간 곳에서 윤 회장은 추진력 있는 특유의 리더십을 길렀습니다. 동기들로부터 ‘군단장’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군생활을 했고, 동기회 회장을 맡았습니다. 졸업 무렵 취업대책위원장을 맡은 윤회장은 동기들의 이력서 350여장을 걷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직접 찾아다녔고 이는 전원 취업이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사료 영업으로 배운 경영…5억원 들고 치킨 창업
1999년 BBQ치킨 1000호점(마포 염리점) 돌파 기념행사 모습.
제너시스BBQ 제공


윤 회장의 회사 생활은 1984년 미원(현 대상그룹)에서 시작됐습니다. 미원에서 사료용 곡물을 수입하는 업무를 담당한 그는 늘 ‘최고경영자의 눈’으로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는 지독한 일벌레였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밤 12시 이전에 귀가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회상할 정도입니다.

월급의 3분의 1을 집안 빚을 갚는 데 보태면서도 윤 회장은 그 안에서 경영의 재미를 찾았습니다. 사료용 곡물 판매상과 가격 흥정을 하지 않는 대신 옥수수나 소맥의 시장 정보를 입수하고, 주요 수출국의 생산 동향을 파악했습니다. 추후 정보가 쌓이자 수입 시장에서 공급이 넘칠 때 주문해 평소보다 더 싸게 곡물을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윤 회장은 “판매상과 실랑이를 벌이며 ‘소탐대실’하는 대신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판매상의 인심도 잃지 않아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994년 미원이 새로 인수한 닭 생산업체인 ‘마니커’의 영업부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윤 회장은 닭과의 인연을 맺습니다. 마니커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1만 마리가 채 되지 않던 시절, 닭고기 수요는 점점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당시 치킨은 호프집에서 안줏거리로만 팔리던 메뉴였죠. 수요 자체를 늘리기 위해 외식 사업으로 확장할 필요를 느낀 윤 회장은 어린아이와 가족 단위까지 치킨을 일상화하기 위한 소형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맥도널드와 같은 대형 사업을 원했던 경영진과의 의견 차에 윤 회장은 고민 끝에 사표를 냈습니다. 집 보증금과 대출을 통해 5억원의 사업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1995년 경기 연천에 BBQ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외환위기에 던진 ‘넥타이’ 승부수…4년 만에 1000호점
BBQ 로고


사업을 시작하며 윤 회장은 가장 먼저 ‘호프집 안주’라는 치킨의 이미지부터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깨끗하고 건강한 치킨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품질(Best Believable Quality)’의 약자인 BBQ로 사명을 정했죠. 윤 회장이 처음부터 품질 경영을 핵심으로 내세운 이유는 치킨을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국민 식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은 불과 2년 만에 위기에 처합니다. 환율이 오르며 원재료 가격은 상승했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도 윤 회장의 몫이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퇴직한 후 새로운 생업을 찾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했습니다. 모두가 긴축 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 BBQ는 ‘아직도 넥타이에 집착하십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TV 광고를 확대합니다.

전략은 정확했고 가맹점은 파죽지세로 늘어 1999년 1000호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때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사장님이 된 BBQ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치킨을 나르며 전국민과 함께 환호했습니다.

올리브오일로 품질 혁신…치킨대학 세워 표준화
BBQ 치킨
제너시스BBQ제공


BBQ의 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혁신은 2005년 선보인 ‘황금올리브치킨’입니다. 윤 회장은 당시 사회에 불던 웰빙 바람에 주목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치킨을 즐기면서도 튀김 기름의 건강 문제를 걱정한다는 점에 착안해 올리브오일을 조리에 접목했습니다.

올리브오일은 일반 식용유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지만, 윤 회장은 품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투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윤 회장은 직접 생닭을 먹어보며 신선도와 식감을 확인할 정도로 품질에 집착했습니다. 매일 소화제를 상비하고 ‘1인 5닭’, ‘1인 6닭’을 했죠.

황금올리브치킨은 BBQ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메뉴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치킨대학’을 세워 체계적인 교육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가맹점주가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야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전국 어디서나 균일하고 일관된 품질과 맛을 보장하도록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윤 회장은 “회사를 크게 만드는 것과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며 “기업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가맹점 상생부터 치킨연금까지…나눔 경영 실천
윤홍근 회장. 연합뉴스


BBQ의 또 다른 목표는 가맹점과의 상생입니다.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해야 브랜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 윤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위한 6대 상생정책을 발표하고 가맹점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일괄 취하했습니다. 가맹계약을 개정하고 장수 가맹점 육성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취업·창업 지원과 사회공헌 사업도 확대했습니다.

과거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경험을 되새기며 모교인 조선대에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발전기금 1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집안이 어려워진 대학 시절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한국외식산업협회 상임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외식 산업 육성과 스포츠 공헌에도 힘쓰고 있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때는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황대헌 선수에게 만 60세까지 매일 3만원어치의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일명 ‘치킨연금’을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AI·데이터 경영으로 글로벌 5만개 매장 도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치킨대학에서 열린 창립 31주년 기념식에서 새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창사 31주년을 맞은 올해 BBQ는 단순한 치킨 프랜차이즈를 넘어 외식과 문화, 여가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신년식에서 2026년을 ‘실행과 결과로 증명하는 해’로 규정하고,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경영과 글로벌 사업 확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복합외식공간 ‘BBQ빌리지’와 게임 테마 매장 ‘빌지워터점’으로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BBQ는 올해도 한강버스 잠실·여의도 선착장에 매장을 열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중입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중남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으로 진출하며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주역이 됐습니다. 윤 회장이 내건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BBQ 매장 5만 개를 여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입니다.

국내에선 치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가맹점의 수익성을 높이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배달앱 수수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가맹점의 운영 부담을 낮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윤 회장은 BBQ의 지난 31년을 단순한 성과의 역사가 아닌 선택의 역사라고 설명합니다.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길을 찾고 제품과 운영을 혁신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 도전해 온 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윤 회장이 바라보는 목표는 치킨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에 한국의 외식 문화를 심는 것입니다. 1995년 작은 치킨집에서 시작한 BBQ를 K푸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온 윤 회장의 다음 선택에 관심이 쏠립니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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