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디서 뭘 할지도 갈팡질팡… 기가 꽉 막히는 중수청 한 달
수정 2026-11-02 00:04
입력 2026-11-01 22:16
연합뉴스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된 지 오늘로 한 달이 됐다. 시민이 사적 복수가 아닌 국가에 형벌권을 맡긴 이상, 국가는 단 하루도 형사사법의 차질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전산망이 제대로 돌지 않아 기록과 영장이 종이로 오간다. 한 달 동안 전국 중수청이 송치한 사건은 3건뿐이었다. 대부분의 수사를 떠안은 경찰의 수사관 9.2%는 수사 경험이 없다.
이 혼란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이 사회적 비용으로 치르고 있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만큼 피해자의 고통은 길어지고, 새 증거를 제출할 절차조차 모호해 억울함을 풀려던 사건 당사자의 상처는 오히려 덧난다. 예전에는 검사 선에서 정리되던 일이 이제는 경찰과 공소청, 법원을 오가며 몇 배의 시간과 품을 잡아먹는다. 초과근무와 기관 간 사건 떠넘기기에 드는 비용도 결국 국민 세금이다.
출범 초기의 진통이라는 말로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하지만 범죄를 가려 재판에 넘기는 국가 형벌권의 관문이어서 준사법기관으로 불려 왔다. 국가 기능의 중추를 뜯어고치면서 이토록 후속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있었는지 국정조사라도 해서 경위와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판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지난달 29일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 달러가 털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해킹조직을 배후로 지목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런 범죄는 공조 없이는 손쓸 수 없다. 그런데 공조 창구는 수사권도 없는 법무부가,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과 중수청이 맡았다. 손발이 따로 놀고 있다.
이 지경인데 여당에서는 경찰대 로스쿨 신설을 논의했다고 한다.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몇 년이 걸리고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일이다. 혼란의 고지서를 추가로 발급해 그 비용을 또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셈법 아닌가. 눈앞의 현실을 직시해 당장의 실효적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6-1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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