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통령의 해외 순방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수정 2026-11-01 22:13
입력 2026-11-01 22:13


1980년대 이전까지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바라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가진 게 없어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리는 나라, 북한이 아닌 한국을 지지해 달라고 조르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196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돈을 꾸러 서독을 방문한 일화는 유명하다. 박 대통령은 시간을 내 현지에서 힘들게 외화를 벌고 있던 한국 광부와 간호사 600여명을 만났다. 탄광지대 강당에 애국가가 연주되자 파독 근로자들이 흐느끼기 시작했고,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도 눈물을 흘리면서 장내는 눈물 바다가 됐다. 동행한 뤼프케 서독 대통령은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위로했다.


한국의 위상이 도약한 분기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더 이상 원조를 구걸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기점으로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이때부터 외국에서 한국 대통령 방문 요청이 쇄도했다. 2021년 선진국 클럽인 G7 정상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은 서구 정상들과 대등하게 연쇄 양자 회담을 가졌다. 그중에는 57년 전 한국에 눈물겨운 원조를 약속했던 독일의 정상도 포함돼 있었다.

지금도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고대하는 나라가 줄을 섰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모두 방문하기는 힘들다. 한번 나가는 김에 주변 나라들까지 최대한 한 데 묶어 순방하는 방식을 취하는 까닭이다.



최근 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잦다며 해외 여행에 빗대 비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예산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지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순방을 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 어느덧 우리는 인기가 엄청나게 높은 나라가 됐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2026-1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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