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수도권 ‘4.6조원 전력길’ 마지막 관문서 막히나

김중래 기자
수정 2026-11-02 00:01
입력 2026-11-01 18:09
동서울변환소 증설 ‘평행선’
정부·한전 추진에 하남시·주민 반대4자 협의체 15차례 회의 ‘입장 팽팽’
합의 안 되면 용인 반도체 전력 차질
내일 회의… 협의체 연장 가능성도
정부 ‘전력망 특별법’ 카드 쓸지 주목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돌리기 위한 전력망 구축 사업은 2년 넘게 답보 상태다.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에서 생산돼 넘어온 직류(DC) 전기를 교류(AC) 전기로 바꿔 수도권으로 공급할 ‘변환소’ 증설이 주민의 반대에 막힌 까닭이다.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정부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앞세워 강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3일 감일신도시 주민대표와 함께 동서울변전소 협의체 회의를 열고 ‘초고압 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 문제를 논의한다고 1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협의체를 계속 유지할지도 결정된다.
앞서 한전은 2023년 10월 4조 6000억원 규모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500㎸ HVDC 변환소 증설 사업’에 나섰다. 그러자 2024년 6월부터 감일신도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시작됐다. 하남시가 건축 허가를 불허하자 한전이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한전의 손을 들어 주며 하남시의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한전·하남시·주민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가 가동됐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15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변전소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남시는 “주민의 수용성 확보와 안전성 입증이 없는 사업 재추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최근 회의에서도 주민들은 ‘이전안’을, 한전은 ‘구체적 보상 요구안’을 달라며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와 한전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동하려면 어떻게든 증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울 원전 등 동해안에서 약 280㎞를 건너온 총 8GW(기가와트) 송전 용량 중 4GW가 동서울변전소로 들어올 예정인데, 변환소 증설이 막히면 송전선로를 깔아도 계획한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어렵다. 현재 동서울변전소의 교류망은 345㎸로 하남·성남·서울 동남부 지역의 주거·산업용 전력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용량이 꽉 찬 상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했다. 이에 정부가 전력망 확충 특별법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 첨단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고자 마련한 법으로 기후부 장관의 실시계획 승인만 있으면 다른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규정한다. 하남시의 인허가와 주민의 반대를 뛰어넘어 증설 사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려면 협의체 합의가 최선이다. 하남시는 합의를 전제로 건축 허가를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협의체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대화가 안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합의를 위해 협체의가 1~2주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세종 김중래 기자
2026-11-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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