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만 바꾸면 매년 1500만명 죽음 막는다?…유럽 난리 난 ‘이유’ [지금, 지구]

하승연 기자
수정 2026-11-01 19:28
입력 2026-10-29 16:35
인공지능(AI) 챗지피티로 생성한 기사 관련 이미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식물성 식단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 도시에서 육류 광고가 사라지고 있다.

화석연료뿐 아니라 육류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까지 규제하는 도시가 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광고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세계 수도 가운데 처음으로 화석연료와 육류 광고를 금지했다. 2021년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5년 만이다.

이번 조치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같은 기간 육류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암스테르담의 목표에 따른 것이다. 위트레흐트와 헤이그, 즈볼러, 델프트, 네이메헌 등 네덜란드 다른 도시들도 이미 비슷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름, 영국 브리스톨 등에서도 화석연료나 항공·해운·패스트패션·건설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의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들 도시의 규제에는 육류 광고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육류 관련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 식품 온실가스 배출 86%가 동물성 식품
● “고기 덜 먹으면 매년 1500만명 살린다”
화석연료 연소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비영리단체 체인징 마켓츠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내부 부서들이 축산업계에 유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축산업계 로비스트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약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FAO 고위 관계자들이 세계육류회의에서 연설하고, 축산업계와 연계된 과학자들이 식물성 식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연구를 깎아내리려 한 사례 등을 제시했다.

식량 생산과 농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연소에 이어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에서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동물성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1~8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동물성 식품이 공급하는 열량은 전체의 약 21%, 단백질은 약 64% 수준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특히 식물성 대체 식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2025년 세계 주요 전문가 70명이 참여한 이트-랜싯(EAT-Lancet) 위원회 보고서는 전 세계가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면 매년 약 1500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식단 전환으로 2050년까지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이산화탄소 이외 온실가스 배출량도 15%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산림 파괴와 운송·냉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줄이고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전체 감축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채식 관련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 “광고판 햄버거 식욕 자극…육류 소비에도 영향”다만 암스테르담의 육류 광고 금지 조치를 두고는 논란도 일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정책이 터무니없다는 비판과 함께 광고판에서 본 이미지가 실제 육류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기후심리학 전문가 린다 애스피는 유로뉴스 어스에 광고의 영향력이 반복 노출과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단서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햄버거인 빅맥 이미지를 본 사람들의 육류 섭취 욕구가 커졌다는 연구가 있다”며 “일상에서 육류 광고를 반복해서 접하면 고기를 먹는 일이 당연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류 소비는 개인의 정체성과 문화, 생계 방식 등과도 맞물려 있다. 고기를 먹는 것이 일상인 환경에서는 소비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네덜란드에서는 육류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사회경제연구소의 ‘육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네덜란드의 육류 및 육류 가공품 소비량은 최근 20년 사이 가장 적었다.

애스피는 “동물복지나 환경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고기를 먹는 데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며 “광고는 이런 갈등을 잠시 잊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광고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엇이 일상적이고 당연한 선택인지를 형성한다”며 “이런 인식이 실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햄버거 관련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 정크푸드 광고 없애자 구매량 7% 감소암스테르담시는 광고 금지 조치가 육류 소비에 미친 영향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광고 규제가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런던교통공사(TfL)가 대중교통에서 정크푸드 광고를 없앤 뒤 가구당 주간 식품 구매량은 약 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과자류 구매량은 약 20% 줄었다. 소비자 설문조사가 아니라 실제 구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애스피는 “광고 금지의 효과가 극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는 소비 자극을 줄일 수 있다”며 “다만 식습관의 배경에는 습관과 입맛, 생계, 가격 등 다양한 요인이 있어 광고 규제만으로 소비 이유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담배 규제와 마찬가지로 광고 제한은 단독으로 시행하기보다 다른 정책과 함께 추진할 때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고기 관련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 소고기·양고기 보조금, 콩류의 ‘580배’
● “광고 규제, 기후위기 막는 방법의 하나”
육류 생산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알려져 있지만 EU는 그동안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육류 등 동물성 식품 생산을 지원해 왔다.

환경단체 푸드라이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공동농업정책(CAP)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동물성 식품 생산에 식물성 식품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다.

2020년 동물성 식품에 지급된 보조금은 약 390억 유로(약 51조원)로, 전체 공동농업정책 보조금 510억 유로의 약 77%를 차지했다.

특히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꼽히는 소고기와 양고기는 렌틸콩·강낭콩 등 콩류보다 약 580배 많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으로 생산을 지원하던 식품의 광고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고 규제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애스피는 “농업은 산림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초래하며, 가축은 사료에 투입되는 열량 가운데 일부만 육류로 전환하면서도 농경지의 대부분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구 환경과 개인 건강을 위해서는 영국의 현재 식단보다 육류 섭취량을 상당히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다수 연구의 결론”이라며 “특히 대량 생산된 저렴한 육류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는 이런 식단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불렀고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기후 위기는 남 일이 아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뼈 아픈 현실입니다. [지금, 지구]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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