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 탄 교수도 AI에 ‘항복’…“정직한 학생만 손해” [월드픽]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10-31 07:12
입력 2026-10-31 07:11
1998년 필즈상 수상자 UC 버클리 리처드 보처즈 교수. UC 버클리 홈페이지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확산에 교육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교수마저도 AI로 과제나 답안을 작성하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수학과 교수이자 1998년 필즈상 수상자인 리처드 보처즈 교수는 최근 캘리포니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된 대면 시험을 바탕으로 성적을 매기고 있다”고 밝혔다.


보처즈 교수는 학생들이 제대로 과제를 해왔는지 채점하던 방식을 최근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학생들이 AI를 써서 과제를 제출하는 일이 흔해졌다”면서 “정답 여부로 채점하면 학생들이 직접 과제를 푸는 대신 AI를 쓰도록 부추길 뿐이다. 정직한 학생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AI가 생성한 답변인지 구분하는 것도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AI 특유의 표현이나 오류를 사람이 구별할 수 있었지만, AI 성능이 고도화하면서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처즈 교수는 “AI가 생성한 답을 채점하느라 사람을 투입하는 것은 시간 낭비, 돈 낭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과제의 정답 여부가 아닌 과제를 완료했는지를 채점 기준으로 삼는다고 그는 밝혔다.

인공지능(AI) 자료 이미지. 123rf


온라인 시험도 마찬가지다. 보처즈 교수는 “온라인 시험도 이제 시간 낭비다. 많은 학생이 AI를 이용해 답을 작성하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학생이 AI로 답을 쓰는지 알 순 없지만 온라인 시험에선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크게 오른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다. 2024년 학술지 ‘디스커버 에듀케이션’(Discover Education)에 발표된 알렉산더 스타노예비치의 연구에 따르면 그가 매 학기 가르치는 기초 통계학 강좌의 시험 점수가 챗GPT 출시 후 새로운 경향이 생겨났다. 난도가 비슷할 경우 대면 시험에서 온라인 시험으로 전환됐을 때 점수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인공지능(AI) 자료 이미지. 123rf


UC 버클리는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규칙을 명시하도록 교수와 강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 이 대학에서는 AI 탐지 소프트웨어 도입도 검토했으나 캠퍼스 전체에 도입하기에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도입을 유보했다.

보처즈 교수는 UC 버클리 학생 신문인 데일리 캘리포니안과의 인터뷰에서 수학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AI가 현재 속도로 계속 발전한다면 몇 년 후에는 인간 수학자가 할 수 있는 일 중 AI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학자를 꿈꾸는 이들이 앞으로도 이 길을 가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수학은 AI가 휩쓸고 있는 기술 충격에서 비교적 안전한 분야로 보였지만, 더 이상 이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처즈 교수는 “무슨 조언을 해줘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챗GPT에 똑같은 질문을 해 봤는데, 챗GPT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신진호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