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男 정자 받아 몸에 셀프 주입해 임신”…日서 퍼지는 ‘은밀한 거래’ 정체 [월드픽]
하승연 기자
수정 2026-10-30 14:50
입력 2026-10-29 16:25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남성에게 정자를 제공받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개인 간 거래가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다.
최근 NHK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용 매칭 사이트를 통해 개인 간 정자를 주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자 제공 남성이 대여 공간에서 항균 용기에 정액을 채취한 뒤 바늘 없는 주사기와 함께 두고 자리를 떠나면, 여성이 이를 받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성접촉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의료기관의 검사 없이 이뤄지는 만큼 감염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최대 규모를 표방하는 한 매칭 사이트에는 정자 제공자로 등록한 남성이 7000명에 이른다. 매달 100~200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이용자는 학력과 키, 외모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춰 제공자를 고를 수 있지만, 신분증 제출과 성병 검사 여부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개인 간 정자 거래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기존 의료제도의 높은 문턱이 있다. 일본의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AID)은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 가운데 남편이 무정자증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미혼 여성과 성소수자, 비용 부담 등으로 기존 의료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난임 부부 등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개인 간 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관리·감독 체계가 미비한 탓에 관련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성병 감염뿐 아니라 정자 제공자가 혼인 이력이나 학력을 속이거나 동의 없이 성행위를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정자를 제공한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양육비를 청구받는 등 제공자 측이 불이익을 겪는 경우도 확인됐다.
익명 정자 제공으로 태어난 자녀의 ‘출생의 기원을 알 권리’도 주요 쟁점이다.
자신의 유전적 뿌리를 알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수십 년간 정자 제공자의 익명성이 유지돼 관련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관련 법 정비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보조생식의료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자녀의 출생 기원을 알 권리를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심의에 들어가지 못한 채 폐기됐다.
NHK는 기존 의료제도로 충족하지 못하는 출산 수요를 사회가 어떻게 수용할지, 태어날 자녀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를 두고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에서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여성이 아이의 발달 문제를 겪은 뒤 비공식 기증의 위험성을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로라 콜드먼(33)은 지난 2018년 연인과 결별한 뒤 둘째 아이를 갖고 싶어 2020년 페이스북의 무료 정자 기증 그룹에 가입했다. 이후 기증자를 찾아 네 차례 시도한 끝에 2022년 아들 칼럼을 출산했다.
그러나 출산 후 아들이 언어 발달 지연 등 신경 발달 관련 특성을 보였고, 콜드먼은 기증자의 다른 자녀들도 비슷한 발달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증자의 의료·가족력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다시는 여성들에게 SNS를 통한 정자 기증을 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콜드먼은 현재 발달장애 검사를 기다리는 아들을 위해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들이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가정 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최소 67명이 확인됐고, 이 중 10명이 암 진단을 받은 사례가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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