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도 엉터리, 비용 계산도 왜곡”…‘검체검사 수가 인하’에 의료계 거센 반발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29 14:16
입력 2026-10-29 14:16
보건당국 ‘원가보상률 192%’ 근거 일괄 인하 추진
의료계 “빅5·요양병원 배제된 0.24% 표본 부실 조사”
최근 보건당국이 “피검사·소변검사 같은 검체검사의 원가 보상률이 192%나 된다”며 검사 비용(수가)을 깎으려 하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의료기관이 검사로 원가의 2배 가까운 이득을 얻는다고 보았지만, 의료계는 이 ‘192%’라는 수치 자체가 엉터리 조사와 잘못된 계산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산출 근거가 된 표본 조사의 대표성 부족과 비용 산식의 구조적 오류가 확인되면서 일괄적인 수가 인하가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필수·고난도 검사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당국이 활용한 표본 조사 기관은 총 168곳으로 전체 요양기관의 0.2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인 병원급 의료기관과 요양병원이 표본에서 완전히 배제됐으며, 상급종합병원 표본 6곳 중 소위 ‘빅5’병원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종합병원 표본 역시 신포괄수가제 참여 기관으로 편중돼 있어 전체 의료기관의 비용 구조를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출 자료 분석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873개 검사 코드 중 미시행 코드 비율은 41.6%로 종합병원(31.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난도·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특성이 표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동네의원의 검사 특성과 수탁검사 구조가 누락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급의 경우 전체 873개 코드 중 자체검사 실적이 확인된 코드는 19.9%(174개)에 그쳤고, 연간 자체검사 건수가 1,056건 이상인 코드는 5.0%(44개)에 불과했다. 골수이상, 다종약제내성 등 5개 소분류 분야에서는 의원급 자체검사 실적이 전무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의원급이 검체검사의 상당 부분(위탁 비중 60.4%)을 외부 전문수탁기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전체 검체검사 급여비의 약 35%를 차지하는 전문수탁기관은 이번 회계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상급종합병원의 위탁검사 건당 청구금액(2만 9,369원)이 자체검사(4,340원)의 약 6.8배에 달하는 등 고난도 위탁검사의 실제 비용이 산출에서 빠지면서 원가보상률이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
종별가산의 수입 반영에 따른 착시 효과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료기관 종별 특성을 고려해 지급되는 종별가산(상급종합병원 30%, 종합병원 25%)이 수입으로 과다 반영되면서 원가보상률을 부풀렸다는 계산이다. 의료계는 원가보상률 192%에서 종별가산을 제외할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약 148%, 종합병원은 약 154%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상위 20개 대량 자동화 검사 코드가 전체 자체검사 금액의 48.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기준 삼아 44개 소분류 단위로 수가를 일괄 감액할 경우 자체검사 기반이 약한 동네의원과 필수·고난도 검사 영역이 원가 이하의 수가로 타격을 입을 위험이 높다.
의료계 관계자는 “표본의 대표성 결여, 위탁검사 비용 누락, 종별가산 반영 오류 등 구조적 결함이 명백한 수치를 바탕으로 수가 인하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며 “검사 코드별 실적과 산출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관 규모와 검사 난이도, 위탁 구조를 세밀하게 반영한 차등적 수가 조정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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