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셀프 감금’ 81억 뜯은 베트남 거점 피싱조직…54명 무더기 체포

손지연 기자
수정 2026-10-29 12:12
입력 2026-10-29 12:12
사법부·금감원 사칭해 110명에게 81억 편취
외부 연락 차단하고 최장 2개월 ‘셀프 감금’
본사·하부조직 갖추고 범죄수익 성과급 지급
베트남 호찌민을 거점으로 81억원대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인 기업형 범죄조직의 조직원 54명이 무더기 체포됐다. 이들은 피해자를 최대 2개월 동안 숙박업소에 머물게 하며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는 이른바 ‘셀프 감금’ 수법을 사용했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베트남 호찌민에 거점을 둔 피싱 범죄조직 ‘대동단결’의 한국인 총책 A 등 54명을 검거해 37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한국인 총책 4명을 포함한 핵심 조직원 45명에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에 더불어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이 인정되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4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들은 202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법원 사무관과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약 8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직 ‘대동단결’은 2024년 7월 중국인 총책과 한국인 총책 A씨와 B씨 등이 호찌민에서 결성했다. 이후 유사한 구조의 하부조직을 잇달아 만들고 사무실을 호찌민 전역으로 확장하는 ‘프랜차이즈’ 구조를 갖췄다.
일당은 조직원마다 역할을 세분화하고 범죄수익의 6~8%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기업과 유사한 체계를 만들었다. 먼저 법원 사무관을 사칭한 조직원이 성매매나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다며 피해자를 가짜 법원 사이트로 유인해 개인정보와 재산 규모를 파악했다. 이어 검사 역할의 조직원이 조사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를 숙박업소 등에 머물도록 했다.
이어 감금된 피해자에게 자산 검수를 이유로 체크카드와 현금을 지정된 장소에 보관하도록 요구하거나, 가상자산으로 바꿔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피해자들은 최대 2개월 동안 조직의 감시를 받으며 범행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110명 중 20대가 76명, 30대가 27명으로 대다수가 청년층으로, 경찰은 A씨 조직이 청년층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 중에는 최대 10억원을 가상자산으로 송금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수사는 지난 1월 베트남 공안이 호찌민의 조직 사무실을 행정검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에서 한국인 29명이 적발됐다. 경찰은 베트남 당국과 공조해 이들 중 25명을 국내로 송환해 전원 구속했다. 이어 단속을 피해 카자흐스탄 등을 거쳐 국내로 도피한 조직원 등 29명도 추가로 특정했다.
경찰은 범행 시나리오 대본과 피해자 정보 자료, 휴대전화 117대, 노트북 19대 등 범행 도구를 확보했다. 해외 거점 피싱 조직 검거 사례 중 최대 규모의 압수품이다. 또 약 8억 5000만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경찰은 “최근 공공기관을 사칭해 금품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송금이나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지연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