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연쇄방화’ 70대 구속 송치…살인미수 혐의 추가

유승혁 기자
수정 2026-10-29 10:17
입력 2026-10-29 10:17
범행 한 달 전부터 준비…전날 휘발유 구입
건물 불길 번지는데 화재 알리지 않고 도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공소청에 넘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9일 이모(77)씨를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3분쯤 역삼동 A특허법인 건물 4층 사무실 출입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불로 관계자 15명이 기도 화상 등 상처를 입었다. 약 6분 뒤 인근 B특허법인 건물 3층 사무실 출입구에도 같은 방식으로 불을 질러 11명이 추가로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방화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 사이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 상점에서 식초 15ℓ와 까나리액젓 9㎏이 담긴 통, 라이터 2개를 샀다. 범행 전날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 17ℓ를 구입해 준비한 통 2개에 나눠 담았다.
이씨는 지난 15일 휴대전화 해지를 신청하고 임대차계약 만료까지 9개월이 남았지만 집주인에게 계약을 끝내겠다고 알렸다. 범행 전날에는 집 안의 짐을 버렸다. 범행 당일 보증금을 돌려받고 집을 나서면서 집주인에게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들이 허위 특허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점과 A특허법인에 불을 지르기 전 특정인의 근무 여부를 물어본 점, B특허법인에서도 사람들과 마주쳐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점 등을 근거로 살인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불길이 번지는 상황에서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직원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은 이씨가 불특정 다수가 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한 것으로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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