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선정”에도 금융 CEO 후보 ‘깜깜’… “파벌·현직 지장” vs “외부 검증 필요”[생각 나눔]

황인주 기자
수정 2026-10-29 00:23
입력 2026-10-29 00:11
후보 압축되면서 명단 공개 논쟁
당국, 압박 속 조심스러운 분위기
금융사 “절차 독립성 위해 필요”
“후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내정자를 정해놓고 시늉만 하는 건지 어떻게 아나요.”, “내부 후보는 새 파벌이 생기고 외부 후보는 현업에 지장을 받아 이름 공개가 어렵습니다.”주요 금융지주가 차기 은행장과 증권·카드·보험사 대표 후보를 압축하면서 명단 공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금융당국은 투명한 승계 절차를 주문하면서도 후보 공개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사들은 지주가 자회사 CEO를 ‘꽂아내리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자회사 이사회의 역할을 키우고 있다. 최근 신한·하나금융은 연말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의 차기 CEO 후보군을 추렸다. 신한금융은 ”올해부터 은행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 은행 이사회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1차 압축 후보군을 최종 압축 후보군의 2~3배로, 하나금융은 회사별로 3명 이내로 좁혔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iM금융도 차기 회장 1차 후보군 6명을 선정했지만 이름은 비밀에 부쳤다.
금융사들은 후보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선임 절차의 독립성을 위해 비공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내부 후보가 공개되면 ‘줄서기’가 생길 수 있고, 외부 후보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 공개 여부는 법이나 모범관행, 각 사 내규에도 정해져 있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명단을 공개하면 출마할 인사를 찾기 어려운 금융사들의 고충이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차기 CEO의 1·2차 후보 명단을 일괄 공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대신 JP모건 등 일부 회사는 임원 인사가 경영 승계를 위한 과정임을 밝히고, 후보들이 각 사업부에서 성과로 경쟁하도록 한다. 주주 등 시장 참여자들도 이를 통해 후보들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한 선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후보군을 공개해 여론과 외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내정자가 있는 상황에선 후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때 그에게 유리한 경쟁 환경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황인주 기자
2026-10-29 B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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