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보건소장’ 된 호흡기 명의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수정 2026-10-29 00:09
입력 2026-10-28 17:59

정기석 용산보건소장 ‘인생 2막’

건보공단 이사장 퇴임 뒤 새 도전
“건강위험지도 만들어 동별로 파악
중앙서 만든 정책, 보건소서 확인”
정기석 신임 용산보건소장이 지난 6일 용산보건소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중앙에서 만든 정책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장(차관급)과 한림대의료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호흡기 명의가 ‘동네보건소장’으로 찾아왔다. 정기석(68) 용산보건소장의 선택이 화제가 된 까닭이다. 지난 6일 보건소에서 만난 그에게선 도전에 대한 설렘이 묻어났다. 그는 “대선배들도 ‘훌륭한 결정’이라고 응원했고, 가족들도 ‘(집과) 가까운 곳이라 좋다’며 반겼다”고 전했다.


정 소장은 지난 6월 공단을 퇴임한 뒤 인생 2막을 고민했다. 그는 “예전엔 65세면 일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왜 안 놀고 자꾸 일하느냐’고도 하지만, 혼자 여행은 엄두가 안 나고 집은 답답했다”고 웃었다. 보건소 공중보건의로 지원할 생각도 했다.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용산에서 공고가 났다. 고향 대구에서 대학 때 올라와 15년을 살았던 곳이라 친숙하기도 했다.

보건의료 행정을 맡았을 때 못다 이룬 실마리를 찾아볼 생각이다. 정 소장은 “현장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용산구민이 조금 더 건강해진다면 훗날 다른 곳에서 벤치마킹하는 데 도움이 되고 정책도 더 잘 이행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건보공단 이사장 시절 “담배로 인해 국민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항소심을 이끌어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그가 보건소장으로 처음 제안한 건 ‘용산구 건강위험지도’다. 부촌과 쪽방촌이 공존하는 지역 특징을 고민한 결과다. 그는 “진료 기능은 민간에 있고, 보건소는 병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 병이 있어도 관리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핵심 역할”이라며 “건보공단 데이터를 활용하면 16개 동별 특성을 파악하고 맞춤형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보건소를 국가검진기관으로 등록하고, 버스를 이용한 방문검진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건강검진을 독려해도 ‘필요가 없다’며 거절하는 취약계층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취약계층(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검진 비율을 보면 서울의 목표치(보건복지부 권고)는 41.2%지만, 용산구는 18.0%에 그쳤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은 합병증이 오기 전에 발견하면 건보 재원에도 긍정적”이라면서 “취약계층이 검진을 받으면 일을 못하는 데 따른 수당(서울형 입원 생활비) 등 인센티브를 주면 좋겠지만, 대상이 아닌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건보공단에서 밑그림을 그린 통합돌봄 안착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방문진료팀이 가려면 의사가 동행해야 하는데 개원의들도 진료가 적은 시간에 봉사하고 싶어한다”며 “‘1인 1의료기관’이라는 제약이 있는데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 될까. “우선 재밌게 할 생각입니다. 다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죠.”

김주연 기자
2026-10-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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