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데이터 정리 탁월한 AI, 낯선 상황 판단엔 물음표”[2026 서울미래컨퍼런스]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수정 2026-10-29 00:40
입력 2026-10-28 22:11

기조연설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토머스 존 사전트 美뉴욕대 교수

명령값 틀리면 결론도 신뢰 못 해
생산성 향상 전망엔 ‘완전 블랙박스’
개발자들 코딩 대신 검증 맡겨야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존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좌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세상에서 인간 지능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홍윤기 기자


“인공지능(AI)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데 뛰어나지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존 사전트 미국 뉴욕대학교 경제학 석좌교수는 28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미래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AI의 능력과 한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AI가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답을 내놓더라도 새로운 상황에서는 그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트 교수는 과거 경제학자들이 활용한 케플러와 뉴턴의 비유를 들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케플러가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해 일정한 규칙을 찾아냈다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그 움직임이 일어나는 원리를 밝혀냈다. 오늘날 AI 역시 방대한 자료에서 규칙을 발견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그 원리를 이해하고 전혀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은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AI가 사용하는 분석 방법 자체에서도 비롯된다. AI가 내놓는 판단에는 개발자가 미리 설정한 가정이 반영돼 있다. 사전트 교수는 이러한 가정이 틀리면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데이터를 분석하더라도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가 내놓은 답뿐 아니라 그 답이 어떤 전제에서 나왔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경제에 가져올 변화 역시 불확실하다고 봤다. 거시경제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사전트 교수는 대런 아세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이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비교적 완만하게 전망하는 반면,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와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려면 향후 2~3년 안에 훨씬 큰 생산성 도약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낙관적인 분석을 두고 “완전히 블랙박스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AI의 경제적 가능성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사전트 교수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철도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수많은 기업이 실패했지만, 결국 철도망 확충이 생산성을 크게 높인 사례를 들었다. AI 역시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AI가 일자리를 대거 없앨 것이라는 전망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프로그래머들이 반복적인 코딩 작업을 AI에 맡기는 대신 결과물을 감독하고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일자리 전체를 없애기보다 사람이 맡는 업무의 내용과 비중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민나리 기자
2026-10-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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