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늪’에 빠진 연준…숨죽인 월가, 워시의 입이 열린다 [재테크+]

김성은 기자
수정 2026-10-28 13:58
입력 2026-10-28 11:53
연준, 금리 동결 확률 92.8%…12월 인상 가능성 77.7%
CPI 3.7% 급등, 주담대 금리 7% 돌파…연준의 딜레마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 거부…‘힌트 없는’ 워시 시대
“IT만 살고 나머진 힘들 것”…‘1 빼기 X’ 양극화 경고도
‘고삐 풀린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데, 금리를 더 올리자니 주택시장과 일자리가 흔들린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일단 금리를 동결한 뒤, 연말에 다시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성향 때문에 연준의 속내를 읽기가 더 힘들어졌는데요. 이에 따라 월가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발표합니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올해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결 확률 92.8%…12월 인상 전망 77.7%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3.75~4.00%로 묶어둘 확률을 92.8%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35.8%, 일주일 전 84.5%였던 확률이 이제 90%를 넘어선 것입니다. 반면 12월 8~9일 회의에서 금리를 4.00~4.25%로 올릴 확률은 77.7%에 달합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6~20일 경제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94명이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습니다. 12월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100명 전원이었습니다. 지난달 조사에서 12월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가 50명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집값·고용은 ‘꽁꽁’…속내 감춘 연준 의장연준을 고심에 빠뜨린 건 물가입니다. 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7% 올랐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뛴 영향이 컸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빼고 계산한 근원 CPI 역시 2.6%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경기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은 ‘해고도 적고 채용도 적은’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워시 의장은 연준이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미리 안내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경제 지표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해 두면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번 회의에서 어떤 신호가 나올지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는데요.
도이치뱅크의 브렛 라이언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워시 의장은 최근 물가 지표를 근거로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는 9월 회의 때의 예상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10월에 쉬어 가면 연준 위원들이 지표 흐름을 살펴볼 시간을 더 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 연준은 지난 9월 금리 인상이 경제와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점검할 시간을 벌게 됩니다.
하지만 긴축 신호를 너무 강하게 내보내면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워시 의장과 연준 위원들은 물가를 잡을 의지를 보여 주면서도 금리를 얼마나 빠르게, 어디까지 올릴지는 섣불리 약속하지 못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책이 틀렸다”…IT만 웃는 ‘1 빼기 X’ 경고애초에 연준이 긴축을 해야 하느냐를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12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도, 앞으로 몇 달간 물가 상승세가 누그러지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다가 내년에는 인하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 방송에 출연해 “최근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만큼 워시 의장은 상당히 매파적 태도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며 “문제는 지금 이 정책 수단이 틀렸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지금처럼 미국의 물가와 국채 금리가 함께 뛰는 원인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가 아니라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과도하게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출 축소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하지만 정부 대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통화 긴축’으로 맞서다 보면, 결국 기술(IT) 산업 분야만 빼고 나머지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는 ‘1 빼기 X’의 양극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자금이 풍부한 IT 분야는 금리가 올라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IT를 뺀 나머지 경제 분야, 즉 주택 시장이나 자동차 대출, 일반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과 기업들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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