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척 조치”…원유 수송의 혈맥 호르무즈에서 벌어진 이란과 한국 선사의 ‘정면충돌’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0-28 11:04
입력 2026-10-28 10:54
해운 전문매체 마린인사이트는 12일(현지시간) 해상보안업체 뱅가드테크를 인용해 장금상선(영문명 시노코)이 운항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앙골라 프로스페리티호’가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선박정보업체 매직포트는 앙골라 프로스페리티호의 상업관리사를 장금상선 관계사인 장금마리타임으로 기재하고 있다. 사진은 인공지능 도구로 만든 자료사진. 2026.10.14 서울신문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이란 당국과 한국 최대 해운사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이 한국 해운업체 장금상선(영문명 SINOKOR·시노코)을 겨냥해 통항 규칙 위반을 이유로 내달 1일부터 전격적인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규칙 최다 위반’ 낙인찍힌 장금상선…이란, 내달 1일 법적 칼 빼든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상선 공격에 대한 맞대응으로 이란에 이틀 연속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가운데 8일(현지시간) 미군 중부사령부 소속 해군 군함 20여척이 중동 해역에서 전투 대형을 유지하며 순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미 중부사령부 엑스 캡처



28일 뉴시스 등에 따르면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노코 소속 선박들이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많은 통항 규정 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PGSA는 “현재까지 최소 7척에 대해 적절한 집행 조치가 취해졌다”며 다가오는 11월 1일부터 시노코와 관련된 모든 선박을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으나, 앞서 이란은 통항 규정 위반 선박에 대해 벌금 부과뿐만 아니라 억류 및 몰수 조치까지 취할 수 있음을 공언한 상태다. 특히 화물 소유주와 이해관계자, 보험 서비스 제공업체까지 공개 경고 대상에 포함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원유 날랐다…글로벌 물동량의 3분의 1 쥔 ‘시노코’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도널드 쿡’함(DDG-75)이 아라비아해를 항해하는 가운데 MH-60S ‘시호크’ 헬기가 인근을 비행하고 있다. 미군은 현재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8일(현지시간) 기준 상선 5척의 항로를 변경시키고 1척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2026.7.18 미 중부사


이란이 한국 선사를 정조준한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시노코의 독보적인 운송 점유율이 자리 잡고 있다.

해운 전문 매체와 로이드리스트 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시노코는 전쟁 이전인 올해 초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 선단을 구축하고 중동 바닷길에서 적극적인 거래를 이어왔다. 실제로 지난 9월 한 달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한 원유량만 약 1억 560만 배럴에 달해, 해당 기간 전체 물동량의 3분의 1을 가볍게 웃돌았다.

특히 9월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초대형 유조선(VLCC)의 약 47%를 차지했으며, 10월 첫 10일 동안에는 50%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해협의 원유 수송 혈맥을 지탱해 왔다. 이란이 8월 이후 120여 척의 선박을 관리 대상에 올리고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에서 물동량 점유율 1위인 시노코가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화물주·보험사까지 ‘비상’…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불안 심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남서쪽 홍해 해역에서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했다. 해당 사진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상선의 피격 상태를 상상한 AI 생성 이미지. 2026.7. 23. 서울신문


이번 충돌은 단순한 선사 개별의 규정 마찰을 넘어 국내외 에너지 안보와 해운 업계 전반에 거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의 강경한 법적 공세가 현실화할 경우 화물 지연은 물론 해상 보험료 폭등과 대체 항로 확보 난항 등 복합적인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고수하려는 이란과, 글로벌 원유 수송의 대동맥을 책임지는 한국 선사 간의 정면충돌이 향후 중동 정세와 국내 경제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정부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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