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으로 통하는 전직 군인과 군견의 오지 탈출기…‘하트 오브 비스트’[영화리뷰]

김기중 기자
수정 2026-10-28 10:51
입력 2026-10-28 10:45
비행기 추락 사고로 험준한 오지에 고립된 한 남자와 개 한 마리. 절망적인 상황을 맞은 이들이 기댈 곳은 오직 서로뿐이다. 28일 개봉한 영화 ‘하트 오브 비스트’는 인간과 개가 의지하며 고난을 헤쳐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직 군인 제임스 벨몬트(브래드 피트)와 전직 군견 오딘은 알래스카에서 캠핑을 즐기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려 했지만, 추락 사고로 ‘하트 오브 비스트’라는 오지에 고립된다. 먹을 것은 없고 인적이 있는 곳까지는 90㎞ 정도 가야 하는 상황이다. 험난한 지형,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야생 동물들의 위협 속에서 둘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행군’을 시작한다.
대사가 적고 벨몬트와 오딘의 호흡으로 오롯이 끌어가야 하는 영화이다 보니 배우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극의 흐름을 좌우한다. 피트는 지난해 ‘F1 더 무비’에서 서킷을 누비던 레이서 역에서 이번엔 전직 육군 특수부대원을 맡았다. 캠핑 기술은 물론 칼, 지도, 나침반 사용은 물론 불 피우기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생존 기술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특히 중간중간 벨몬트와 오딘의 끔찍한 과거 군 시절 장면을 넣었다. 피트는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벨몬트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오딘 역의 개 역시 마찬가지다. 벨몬트의 말을 모두 알아듣는 듯한 ‘표정 연기’가 특히 눈에 띈다. 비슷한 영화로는 전투 후유증으로 사나워진 개와 특수부대원 출신 군인의 여정을 그린 ‘도그’(2022), 전쟁터에서 주인을 잃은 군견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맥스’(2015)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하트 오브 비스트’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정 외 지나친 드라마를 철저히 배제했다. 둘이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고 서로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순간들로 유대감을 조용하게 표현한다. 지역 명칭이자 제목인 ‘하트 오브 비스트’는 개에게도 마음이 있음을, 전장을 누빈 전우와의 유대가 끈끈함을 상징하는 중의적인 제목이기도 하다.
줄거리가 단순해 자칫 심심할 수 있다. 영화는 장엄한 자연을 보여주며 빈 구석을 메운다. 영화 초반부 개인용 경비행기를 타고 물가 근처에서 보내는 캠핑 장면은 ‘낭만 그 자체’다. 끝없이 펼쳐진 산맥과 깊은 계곡, 차가운 강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지형이 둘에게는 극한 상황이지만, 화면에 선보이는 알래스카의 대자연은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제임스와 오딘이 위태로운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순간이나, 부상 상황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내는 늪지대 통과 장면 등은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 날 듯하다.
김기중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