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대신 로봇… 이재용의 반도체 넘어서기

송수연 기자
수정 2026-10-28 01:20
입력 2026-10-28 01:20

취임 4주년 맞은 삼성전자 회장

3분기 영업익 107조원 대기록에도
반도체에 집중된 수익 구조 ‘과제’
우면동 ‘RX 사업추진실’ 현장 방문
내년 CES서 공개할 로봇기술 점검
AI 산업 가치사슬 전반 영역 확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4주년인 27일 로봇 연구개발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0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가운데, 다음 성장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낙점하고 육성 의지를 다지는 행보로 풀이된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서는 성과에도 반도체에 집중된 수익 구조와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사업의 부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반도체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로봇 등 미래 먹거리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이재용 체제 5년 차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연구·개발)캠퍼스의 RX(로보틱스 익스피리언스)사업추진실을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해당 조직이 출범한 이후 이 회장이 직접 찾은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대표이사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며 전사에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역량을 결집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7’에서 로봇 기술의 청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출품할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실상 최종 승인 단계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봇의 팔과 손을 활용해 물체를 집거나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취임 4주년인 이날 이 회장이 로봇 사업 현장을 찾은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현재까지 별도의 기념행사를 연 적이 없다. 2022년 회장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사 대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4주년을 맞아 로봇 사업 현장을 찾은 것도 미래 기술 확보와 신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반도체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회장 체제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례없는 실적을 거뒀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2023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14조 8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줬던 HBM 시장에서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출하에 나서며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냈다.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 4000억원으로, 글로벌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원가 부담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가 3분기 1조~2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TV·생활가전 사업까지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전체 적자 규모는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갤럭시 폴더블 신제품 판매 호조에도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제조원가가 치솟은 영향이 컸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할 3분기 확정 실적에서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 간 수익성 격차가 어느 정도로 벌어졌는지도 확인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모델과 연산용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전력·냉각 인프라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AI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AI의 30억 유로 규모 투자 유치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반도체 설계·제조에 특화한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 5곳은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총 10억 달러도 투자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운영뿐 아니라 발전과 송배전, 광통신망까지 아우르는 인프라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력인 반도체의 기술 우위를 지키는 것도 과제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추격하고 있다. AI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핵심인 반도체 경쟁력이 흔들리면 미래 사업에 투자할 기반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송수연·곽소영 기자
2026-10-28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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