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 방출’ 둔한 소년, 발롱도르 품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수정 2026-10-28 00:45
입력 2026-10-27 18:06

해리 케인, 뮐러 트로피까지 2관왕

아스널 유소년팀 1년 만에 쫓겨나
토트넘서 개화… 손흥민과 맹활약
뮌헨 이적 후 2년 연속 우승 견인
수상 순간 떠오른 건 ‘손케듀오’ 그 시절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팔라디움에서 열린 202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밝게 웃으며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 신화 연합뉴스


잉글랜드 명문구단인 아스널 유소년팀에서 “느리고 둔하다”는 이유로 1년 만에 방출됐던 소년이 마침내 세계 축구 최고봉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깃발을 꽂았다.

2026년 세계 축구 무대 최고의 선수는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포르투갈)도 아닌 ‘축구 도사’ 해리 케인(33·잉글랜드)이었다. 케인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팔라디움에서 열린 202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킬리안 음바페(28·프랑스), 라민 야말(19·스페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남자 부문 최고 영예를 안았다. 2001년 마이클 오언 이후 잉글랜드 선수로는 실로 25년 만의 쾌거다.


고향에서 발롱도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케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토트넘 홋스퍼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결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수많은 시련을 함께 버텨준 ‘축구 고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케인의 축구 인생은 어릴 때부터 천재로 찬사받는 여느 스타들과 정반대였다. 케인의 이력서에는 온통 ‘거절’과 ‘좌절’, ‘인내’만 가득했다. 2002년 아스널 유스 아카데미에 입단했다가 1년 만에 방출된 건 시작에 불과했다. 케인은 2004년 아스널의 지역 라이벌인 토트넘 유소년팀에 들어가 축구화 끈을 조였다. 하지만 성인 무대 문턱은 높기만 했다.

토트넘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케인은 3부리그 레이턴 오리엔트를 시작으로 밀월(2부),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까지 네 차례나 임대 봇짐을 싸야 했다. 벤치에 앉아 차가운 칼바람을 맞고 잦은 부상으로 재활을 거듭했다.



케인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었다. 케인은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사령탑에 오른 2014~15시즌 51경기 31골을 터트리며 껍질을 깨고 나왔다. 이듬해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34·로스앤젤레스FC)과 함께 ‘손케듀오’로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최다 합작골을 넣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과 도움왕을 휩쓸며 완전무결한 공격수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딱 하나 우승 트로피가 없었던 케인은 ‘무관의 굴레’를 털어버리기 위해 토트넘을 떠나 독일 무대에서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2023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케인은 마침내 분데스리가 우승컵을 두 차례나 들어 올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6골을 몰아치며 조국 잉글랜드를 3위로 이끌었다.

케인은 이날 최우수 공격수에게 주는 게르트 뮐러 트로피까지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박성국 기자
2026-10-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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