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적’ 지정된 남계리 유적… 한국 최초 순교의 역사 절절히

임송학 기자
수정 2026-10-28 00:48
입력 2026-10-28 00:48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유해 발견
세례명 새겨진 백자사발도 수습
전북도 제공
지난 22일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유적(초남이성지)은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매우 특별하고 상징적인 장소다.
남계리 유적에서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유해가 발견됐다. 1791년 신해박해 때 조선 최초로 순교한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프란치스코)의 유해 및 관련 유물이 230여년 만인 2021년 발굴된 곳이다.
앞서 1914년에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 일가의 유해 7위가 발견돼 치명자산으로 이장됐다.
조사 과정에서 3호묘(복자 권상연 야고보)와 5호묘(복자 윤지충 바오로)에서 피장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백자사발지석(이름과 세례명이 새겨진 사발)이 묘광의 중간에서 수습됐고 그 아래에서 유해가 확인됐다. 8호묘(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에서는 백자제기접시 2점이 묘광의 윗면에서 수습됐고 그 하단부에서 유해가 확인됐다.
조선 정부의 공식 기록인 ‘사학징의’ 등에 순교자들의 묘가 있다는 구전만 전해 내려왔으나 발굴 과정에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사용한 백자사발지석 등이 출토되어 역사적 진실을 실증해 주었다.
전북도 제공
윤지충·권상연·윤지헌은 2014년 8월 천주교 순교자 시복 선포에 의해 복자로 명명되었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프랑스 신부인 다블뤼 주교의 ‘조선 주요 순교자 약전’을 통해 한국 최초의 순교자임이 밝혀졌다.
윤지충은 유교식 조상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워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남계리 묘지는 3번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천주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단 매장 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유해의 매장 방식과 입지, 부장 유물 등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 18세기 말 조선의 전통적인 장례문화와 천주교 수용에 따른 장례 및 매장 양상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정병종 전북도 유산관리과장은 “남계리 유적은 한국 천주교사뿐 아니라 조선 후기 사회사와 고고학 연구에서도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돼 사적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2026-10-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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