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꿈 속 걷는 듯… 묘한 불안감, 강남서 만나는 ‘초현실주의 대작’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수정 2026-10-28 04:14
입력 2026-10-28 00:43

글로벌세아아트스페이스 ‘현대회화 하이라이트’展

현대미술 작가 14인 대표작 조명
폴 델보 ‘크리스마스의 밤’ 등 전시
폴 델보, ‘크리스마스의 밤’ .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 제공


한 여성이 기차 플랫폼에 서 있다. 작품의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밤’이지만 여자가 입고 있는 붉은색 옷만이 간신히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묘한 하늘에는 달이 걸려 있다. 익숙했던 기차 플랫폼은 어느덧 낯선 공간이 된다. 여자가 어디를 응시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것도 묘한 불안감을 자아낸다.

르네 마그리트와 함께 벨기에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폴 델보의 이 작품을 포함해 그의 작품 3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마르크 샤갈, 조지 콘도, 아드리안 게니, 살보, 니콜라스 파티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나 아트바젤에서 최고가로 거론되는 작품도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올해 작고한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설립한 서울 강남구의 문화예술공간 S2A가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로 이름을 바꾸고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14인의 대표작 20점을 소개하는 전시 ‘현대회화 하이라이트: 시대의 초상’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출신의 박미화 독립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시대적 배경, 작가의 삶과 함께 조망한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초현실주의 경향의 델보와 샤갈을 통해 전쟁으로 황폐해진 현실에서 벗어나 근원적인 내면을 탐구하며 찾아낸 ‘꿈의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델보는 ‘밤의 미녀들’, ‘잠든 도시’ 등의 작품을 통해 기하학적 원근법, 짙은 그림자, 고대 그리스풍의 건축물과 나체의 여성들을 배치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쳐낸다.

두 번째는 추상 형태를 탐구한 모더니즘 경향의 윌렘 드 쿠닝, 구사마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구사마의 ‘인피니티 도트(AB)’는 끝없이 증식하는 물방울을 통해 작가 내면의 환영을 표현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의 호크니, 콘도 등의 작품을 다룬다. 이들은 자신의 정서와 감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이를 작품에 투영하며 이 시대의 초상을 완성한다. 특히 살보의 작품과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파티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어, 두 작가가 그려낸 몽환의 세계를 함께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박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 초현실주의부터 동시대까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나아가 미래를 예측해 보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1월 9일까지.

윤수경 기자
2026-10-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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