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보’ 세르비아 청년들, ‘12년 집권’ 부치치 끌어내렸다

최재헌 기자
수정 2026-10-27 00:22
입력 2026-10-26 23:09
부패·무능 정권 심판 내건 ‘학생명부’
총선 압도적 승리… 부치치 패배 인정
‘친러’ 정권 퇴진에 EU 환영 성명 발표
베오그라드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비아를 12년간 지배한 ‘철옹성 정권’이 청년들의 표심에 침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청년들이 주축이 된 학생 주도 운동 세력 ‘학생명부’가 승리를 거뒀고,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도 패배를 인정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표본 조사 결과 학생명부는 전체 250석 중 과반인 138석을 얻어 집권 세르비아진보당(SNS)을 크게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67.6%로 199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정권 심판을 향한 유권자들의 열망이 이 같은 기록적 투표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학생명부 후보 라도미르 사이치치는 “세르비아가 정의와 자유의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정당 기반도 없던 무경력 청년들이 세르비아 정치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원동력은 부패한 권력에 대한 분노였다. 변화의 불씨는 2024년 세르비아 북부 노비사드 기차역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캐노피 붕괴 참사였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가 만연한 관료 사회 부패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지도부도 없이 출범한 학생들의 정의 요구는 농민과 배우, 판사까지 가세한 전국적인 연대로 번졌고, 지난해 3월 베오그라드 집회는 세르비아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부치치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총리직 복귀를 노리고 대통령직에서 전격 사임한 뒤 SNS 후보로 나서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민심의 매서운 정권 심판론에 역풍을 맞았다.
‘친러’ 성향 부치치 정권의 퇴진이 확정되자 유럽연합(EU)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법치주의와 언론의 자유, 부패 척결을 위한 개혁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며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향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선거가 권위주의 우파 정권을 무너뜨린 사건으로, 유럽 청년 시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재헌 기자
2026-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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