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위험·유괴 의심 상황, AI가 실시간 대응 나선다

강주리 기자
수정 2026-10-27 00:20
입력 2026-10-26 23:15
선제적 재난관리 나선 행안부
침수 앞둔 곳 식별해 색으로 표시차량 통제·대피까지 논스톱 지원
4곳서 시범운영… 내년 전국 확대
어린이 유괴 예방모델도 개발 중
행정안전부 제공
도로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화면에 물이 차오르자 인공지능(AI)이 침수 구역을 자동으로 식별한다. 도로 침수율이 17.8%일 때는 녹색의 ‘안전’ 표시가 뜨지만 83%에 이르면 ‘심각’ 단계로 도로가 붉게 바뀐다. 관제요원이 수백 대의 CCTV를 일일이 살피지 않아도 AI가 침수 위험을 실시간 분석해 차량 통제와 주민 대피까지 지원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침수·범람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주민 대피까지 지원하는 선제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CCTV 관제요원 1명이 평균 523대를 감시하는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개발한 AI 침수탐지 모델은 CCTV 영상에서 도로 침수율과 위험 수준을 색상·수치로 표시하고, 하천에는 가상 수위계를 적용해 범람 위험을 보여준다.
지난 6월부터 서울 관악구·경기 안양시·강원 원주시·제주도 등 4개 지자체의 침수 위험지역에서 CCTV를 지역별로 30대씩 총 120대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효과를 검증한 뒤 내년부터 전국 지자체에 침수탐지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AI는 재난 위험 예측을 넘어 대응 방안까지 제시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시간당 60㎜의 폭우가 내리면 서울 홍제천이 범람할 위험은 얼마나 될까”라고 묻자 AI가 위험지역과 범람 가능성을 분석하고 상황보고서까지 작성했다. 홍제천 데이터를 활용한 시제품 시험 결과다. 내년 2월 재난 안전 AI 데이터 구축사업이 완료되면 공무원의 위험 분석과 주민 대피 판단을 지원할 전망이다.
행안부는 AI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흩어져 있는 부처별 재난 정보를 통합하고 있다. 태풍·호우 데이터 54종, 2만 4507건과 산사태·침수 등 취약지역 정보 16종, 1만 1204건을 수집했다. 과거 피해 사례와 대응 매뉴얼 정보 550만건, 침수·교통사고·화재 등 재난을 기록한 CCTV 영상 약 20만장도 AI 학습 데이터로 구축했다.
어린이 유괴 범죄 예방에도 AI가 활용된다. 올해 개발하고 있는 ‘약취·유인 탐지 AI 모델’은 CCTV가 차량 접근과 유인·현장 이탈(차량번호판 확인), 신체 접촉 등 이상 행동은 물론 유인을 암시하는 몸짓과 언어까지 자동 분석해 위험 가능성을 판단한다.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통제 정보도 실시간 제공된다. 14명이 숨진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진입 차단 시설이 확대됐지만 운전자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통제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 지난 5월부터 대전 지하차도 83곳의 통제 정보를 네이버지도·카카오맵·티맵 등 내비게이션에 시범 제공하고 있다. 2028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이병대 경기대 AI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가 단순 재난 발생 예측뿐 아니라 산불 확산 경로와 진화 우선순위까지 분석하는 등 전 주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AI의 정확성과 현장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중앙정부가 공통 시스템을 보급해 지자체 간 대응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2026-10-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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