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희망 접고 눈 낮춰 취업…‘임시·일용직’ 채우는 청년

이승연 기자
수정 2026-10-26 21:54
입력 2026-10-26 17:46
실업률 하락…고용 질 지수는 악화
대기업·공공기관 희망율 5%P 하락
중소기업으로 ‘취업 눈높이’ 낮춰1년 6개월째 취업을 준비해 온 문모(29)씨는 기업 수십 곳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끝에 지난달 3개월 기간의 중소기업 인턴을 시작했다. 문씨는 “서른이 코앞인데 대기업 합격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경력을 쌓고 이직할지, 취업 준비를 더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포기하고 임시·일용직 같은 불안한 ‘2차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다는 한국은행 연구진의 보고서가 나왔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충분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초급 업무 수요까지 줄면서 청년들의 취업 문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에 따르면 올해 1~9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6%로, 과거 고용 부진기인 2014~2019년 평균 9%보다 낮았다. 고용률도 44%로 당시 평균 42%보다 높았다.
숫자만 보면 과거보다 사정이 나아 보이지만 청년들의 고용은 더 불안해졌다.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2022년 30.7%에서 올해 32.6%로 늘었다. 같은 기간 30~59세는 14.8%에서 12.4%로 줄었다. 안정적인 일자리 비중 등을 반영한 ‘고용의 질 지수’도 청년층은 2014~2019년 평균 101.1에서 2023~2026년 94.7로 떨어진 반면 30~59세는 100.2에서 104.0으로 올랐다.
연구진은 “과거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 진입에 실패해도 다음 기회를 기다렸지만, 이제는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 청년층의 대기업·공공기관 취업 희망 비율은 2014~2019년 58.6%에서 2023~2024년 53.6%로 줄고, 중소기업은 39.7%에서 43.4%로 늘었다.
IT·과학기술 등 기초 업무 AI로 대체
비정규직→대기업 이직도 힘들어배경에는 성장과 채용의 엇박자가 있다. 생산은 정보기술(IT) 제조업이 이끌지만 상용직 채용은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 반도체 호황이 청년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를 많이 쓰는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 과학기술 등의 업종에서 청년층의 고용은 많이 줄고 청년이 맡던 기초 업무 수요가 줄고 있다. 또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에서 대기업 상용직으로 옮겨가기도 어려워져 채용이 회복돼도 청년들이 혜택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정성엽 한은 고용동향팀장은 “고용을 과도하게 보호하면 노동시장 효율성도 떨어지고, 청년층에게 그 부담이 집중된다”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교육·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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