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호르몬 주사 부담 줄인다…마이크로니들로 두 호르몬 순차 전달

이병문 기자
수정 2026-10-26 10:31
입력 2026-10-26 10:31

연세대 연구팀, 온도 반응형 형상기억 기술 개발
동물실험서 기존 주사요법과 유사한 배란 유도 효과

난임 치료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맞아야 하는 호르몬 주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약물전달 기술이 개발됐다.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을 피부에 한 번 삽입하면 두 종류의 생식호르몬을 필요한 시점에 순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투약 부담을 덜고 약물 투여 시점까지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난임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발전할지 주목된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성학준·조성우·유승은 교수와 김현재 학생,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최영식 교수 연구팀은 온도에 반응하는 형상기억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19.9)’에 게재됐다.

난임 치료를 위한 과배란 유도 과정에서는 난포의 성장을 돕는 난포자극호르몬(FSH)과 배란을 유도하는 인간 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hCG) 등을 정해진 일정에 따라 투여한다. 호르몬마다 역할과 투여 시점이 다른 만큼 정확한 투약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피하주사로 약물을 투여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통증과 불편함은 물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주사를 놓아야 하는 심리적·일상적 부담도 적지 않다.


두 종류의 호르몬을 각각 다른 공간에 저장한 마이크로니들 구조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도에 따라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형상기억고분자를 활용했다. 마이크로니들 내부의 서로 다른 공간에 FSH와 hCG를 각각 담아 약물의 방출 시점과 속도를 조절하도록 설계했다.

피부에 마이크로니들을 한 번 삽입하면 FSH가 먼저 3일 동안 서서히 방출된다. 이후 핫팩 수준의 온열 자극을 가하면 마이크로니들의 형태가 변하면서 내부에 남아 있던 hCG가 방출된다. 하나의 장치로 두 호르몬을 시간차를 두고 전달할 수 있어 반복 주사 횟수를 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피부 침투와 약물 탑재에 적합한 구조를 설계한 뒤 세포·조직 실험을 통해 온도에 따른 형상 변화가 약물 방출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토끼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FSH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뒤 온열 자극으로 hCG를 빠르게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반복 주사군과 비교해 호르몬 농도의 급격한 변화를 완화하면서도 기존 주사요법과 유사한 배란 유도 효과를 보였다.



성학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니들의 형상 변화를 이용해 필요한 시점에 약물 전달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며 “반복 주사에 따른 환자 부담을 줄이고 여러 약물을 순차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다양한 치료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은 약물을 체내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여 시점과 방출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재는 동물실험 단계인 만큼 실제 난임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 약물 방출의 정밀성 등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임상 적용으로 이어진다면 반복 주사가 필요한 난임 치료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밀 약물전달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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