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P 문제 알고도 방치… 보안업계 화 키웠다

곽소영 기자
수정 2026-10-26 00:06
입력 2026-10-25 18:12

2년 전 발견했지만 못 막은 ‘인재’

메모리 부족 문제 수정·중단 반복
“PHP 직원 15명, 세계 웹 70% 지탱”
패치 사전 유출 등 사후 대응 미비
北 해킹 세력, 韓 표적 공격 징후도
KISA “추가 취약점 발견돼 주의를”
PHP 코드.
로이터 연합뉴스


웹사이트용 프로그래밍 언어 ‘PHP’의 보안 취약점 발견으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혀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전후 대응 과정에서도 잇따라 허점이 드러났다. 취약점 수정 지연, 관리 조직의 인력 부족, 패치 정보의 사전 유출, 서비스 복구 지연 등 사실상 ‘인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취약점을 찾아내는 속도는 빨라진 반면, 보안 허점을 수정하고 확산을 막는 조직의 대응 역량은 뒤처지면서 보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PHP 개발팀이 앞서 발표한 보안 취약점 ‘PHP2Shell’도 초기 징후가 발견된 지 약 2년 만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PHP 개발팀은 “2024년 수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감사를 받았고, 이번 취약점의 원인이 되는 메모리 부족(OOM) 문제의 초기 징후를 확인했다”며 “OOM 상황에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공격 경로가 발견되지 않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어려움이 생기며 수정 작업이 수개월간 중단되고 재개되길 반복했다”고 밝혔다.

PHP를 관리하는 조직의 대응 역량 부족도 겹쳤다. 인도 매체 ‘인디안 익스프레스’는 25일(현지시간) “전 세계 웹사이트의 최대 70%를 지탱하는 PHP의 비영리 재단은 매우 빠듯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규직 직원 한 명과 시간제 계약직 직원 14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PHP 개발팀은 “수정 작업 지연은 보안팀의 의사 결정 과정과 자원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긴급 패치 배포 과정에서는 보안업계의 단일 대오가 무너졌다. 패치 배포업체인 ‘체인가드’가 예정시간보다 약 6시간 이상 먼저 패치가 적용된 이미지를 기습 공개했고, 보안업체 ‘캘리프’도 실수로 ‘해당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 시연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다가 삭제했다. 이를 통해 해커들이 공격 도구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PHP의 취약점이 공개되기 나흘 전인 지난 17일부터 관련 공격 시도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플레어도 취약점 공개 이후 공격 시도가 수백만 건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PHP 취약점에 대한 패치가 배포된 이후 각국 정부는 중단했던 서비스를 속속 복구하며 보안 업데이트에 나섰지만 해킹 위협과 이용자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보안 점검을 위해 서비스를 중단한 지 이틀 만인 25일 오전에 지진·쓰나미 긴급 경보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발송하는 재난·대피 정보는 여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 역시 계열사 웹사이트와 앱 일부를 차단했다가 순차적으로 복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특정 국가와 산업을 겨냥한 표적 공격 움직임도 감지됐다. 보안업체 사이퍼마는 23일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가 의심되는 세력이 한국·미국·일본 등의 정부기관과 은행을 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과 물류·항공·온라인 거래업체도 공격 후보에 올랐다. 다만 실제 침투 여부와 북한 조직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전날 추가 보안 공지를 통해 PHP 개발팀이 기존에 공개한 2건 외에 새로운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을 발표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곽소영·민나리 기자
2026-10-26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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