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 특례’ 없는 특구법, 반도체 전격전 공허할 뿐

수정 2026-10-26 00:53
입력 2026-10-26 00:14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3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초광역특구법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특례 도입과 관련해 “기존 제도의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쉽게 하는 방안이 있는지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업계가 주 52시간 특례의 연내 실현을 건의하자 “절차가 불편하다면 포괄적으로 (인가를) 미리 해 주면 된다. 그것 때문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까지 있나”라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반도체 R&D 분야에 한해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1회 인가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절차를 간소화한 특례 유형을 행정지침으로 신설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행정 절차의 불편함과 제도 자체의 근본적 한계를 이유로 주 52시간 특례의 입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산업 관련 부처 장관들도 초광역특구법에 주 52시간 특례를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특례를 대신해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로 풀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노동계가) 이렇게 극렬하게 반대하는데”라고 직접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특례 입법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더불어민주당도 주 52시간 특례를 포함한 초광역특구법안과 이를 뺀 법안을 양다리식으로 발의해 양대 노총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자초한 마당이다.

이 대통령은 “시대에 뒤떨어진 불편한 규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족쇄로 지적받는 근로시간 규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다. 반도체 전략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면서 현장이 요구하는 제도 개선에는 미온적이라면 ‘반도체 전격전’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2026-10-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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