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2040년 노인 2000만명 초고령화국민 1명당 1명 부양… 감당 불가
연령 기준 올려 ‘노인 비중’ 줄여야
배달·우편 등 일자리 확충도 필요주택시장 ‘공급 부족’ 문제 해법은
소유 70%·영구임대 30% 바람직
한국 공공임대는 1% 수준에 그쳐
교통·시간·사람 연결해 종합 관리“노인 비율이 줄어야 미래세대의 부담도 줄어듭니다.” 대한노인회장, 유엔한국협회장 등을 맡고 있는 이중근(85)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노인 문제는 먼 산의 눈덩이와 같아 보이는 곳까지 굴러왔을 때는 감당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2040년에는 1대1 부양이 불가피하니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노인 연령 기준의 단계적 상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간 진행한 ‘출산장려금 1억원, 기업 누적 기부 1조 2200억원, 개인 기부 2680억원’ 등에 대해서는 “든든하게 먹고 일하라고 밥을 짓는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지훈 기자
-노인 연령 상향은 왜 필요한가.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단계별로 1년씩 올려 10년 뒤에는 75세가 노인 기준 연령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2040년에는 노인 인구가 2000만명이 된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에서 미성년자(1000만명)를 제외하면 2000만명이 노인 2000만명을 부양하게 된다. 노인 문제는 먼 산의 눈덩이와 같다. 산에서 눈덩이가 뭉쳐서 우리가 보이는 곳까지 굴러왔을 때는 감당할 수 없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현재 22%에 달하는 노인의 비중을 더 줄이자는 것이다. 노인 인구를 1200만~1300만명 이내로 해야 중장년 세대가 노인을 감당할 수 있다. (단계적 상향을 해야) 노인 지하철 요금 논란 등을 볼 때, 노인 당사자들에게도 충격이 덜하다. 노인 숫자가 줄어야 미래세대들의 부담도 줄어들고 노인도 희소 가치가 생겨 더 대접받을 수 있다.”
-노인 연령이 상향되면 노인 일자리 확충이 필요할 텐데.
“‘노노케어’처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영역이나 전문 조직에서 위원회로 일하거나 배달, 우편 업무 등 가벼운 노동도 가능할 것 같다. 노인의 역할은 만들기 나름인데 노인과 젊은 세대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노인을 도외시하지 말고 현직으로 대우했으면 한다.”
-‘재가 임종 통합 돌봄서비스’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요양원은 현대판 ‘고려장’으로 봐야 한다. 내가 가고 싶어서 요양원을 가겠다는 노인보다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가족의 손을 잡고 떠나길 바라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난 3월 27일부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통합 돌봄 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유엔한국협회 회장으로서는 ‘유엔데이(10월 24일) 국경일 지정’을 제안했다.
“아마도 나이가 80세를 넘지 않은 사람들은 유엔데이를 잘 모를 것 같다. 대한민국이 식민지에서 군정으로, 또 군정에서 자주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과정마다 유엔이 함께했다는 걸 젊은 세대도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유엔데이의 법정 국경일 제정이 어떤 도움을 줄까.
“6·25 전쟁은 유엔 창설 이후 처음이자 유일하게 유엔군이 참전한 전쟁이다. 22개국에서 직접 와서 (전투·의료 지원으로) 우리를 도왔다. 재정 및 물자 지원까지 합하면 총 60개국이나 된다. 전쟁 폐허에서 울타리를 담장으로 바꾸고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당시 카투사나 통역병, 하우스보이(미군 숙소에서 가정일을 하던 한국인 소년), 미군 위문단 등을 통해 외국 문화가 유입됐고, 오늘날 K-컬처가 태동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소통의 기반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유엔의 도움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며 그 정신을 미래세대에 알리는 것이 유엔 회원국과의 외교 관계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6·25 전쟁 1129일’, ‘광복 1775일’ 등 6종의 역사서도 집필했다.
“6·25 전쟁 당시의 유엔군에 대한 고마운 생각에서 처음에는 흥남 철수작전에 대해 관심을 뒀다. 그러다 이는 극히 일부분이고 6·25 전체를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1129일 동안의 기록을 엮게 됐다. 사실대로 역사를 알리면 좋겠다는 바람에 의견은 뺐고 날짜별 기록을 넣어 사실 그대로 상황을 파악하도록 정리했다. 편년체 방식인데 ‘우정체’(우정은 이 회장의 아호)라고 붙여 날짜대로 기록했다.”
-아이를 낳는 사원에게 출산장려금으로 1억원씩을 주고 있다.
“2024년 2월 부영그룹 시무식 때부터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출산장려금 기부 면세 제도가 개선되었는데 민간이 먼저 움직여서 법이 바뀐 건 처음이라고 한다.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출산장려금의 근로소득세 공제나 조·손 간의 출산 재산공제는 만들어졌는데, 아직 ‘남남’에게 주는 출산장려금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 없다. 일례로 한 부부가 다섯째 아이를 출산해서 지원키로 했는데 세금 문제 때문에 차용증을 쓰고 출산축하금을 준 일도 있다. 고향 주민들에게 준 돈도 세금을 다 부담했다.”
-지속적인 기부의 이유는.
“첫 계기는 우리가 하는 임대주택 사업이었다. 임대주택은 대개 도시 변두리에 있으니 학교가 멀었고, 주변에 기숙사나 교육 시설을 지어 기증했다. 학생도 편하고 입지가 좋으면 집도 잘 팔리니 서로 돕는 마음으로 했는데 잘했다는 칭찬도 들었고 칭찬 듣는 김에 조금 더하다 보니 지금이 됐다.”
-어떤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나.
“아침에 가족들 먹이려고 밥 짓는 어머니 마음과 똑같다. ‘이 밥 든든하게 먹고 나가서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라’ 하는 그 마음이다. 밥값을 따지거나 팔려고 밥을 짓는 게 아니지 않나. 기업가 정신은 거창한 게 아니라 내가 밥 먹고 사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 일이 사회에도 보탬이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다.”
-주택시장 체질을 ‘소유 70%, 영구임대 30%’로 바꾸자고 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이 ‘소유 70%, 임대 30%’ 구조로 주택 시장이 이뤄져 있다. 우리처럼 공공 임대가 1% 수준밖에 안 되는 경우는 드물다. 영구 임대란 결국 소유권이 필요 없는 ‘거주 주택’이라는 거다. 일생을 살고 후손이 살아도 하자가 없는 순수 거주 목적의 집이 30%는 되어야 한다. 민간이 하고 싶어도 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집의 목적이 소유가 아니라 주거가 돼야 한다는 건가.
“헌법 35조 3항에서 국가는 주택 개발 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장 세금을 더 거두는 것보다 거주 목적의 주택은 그 목적대로 두면 좋지 않겠나.”
-정부가 연일 ‘닥치고 공급’을 강조할 만큼 최근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해법이 있을까.
“택지에 한없이 집을 지으면 어디에서 농사를 짓고 공장을 세우나. 땅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구와 토지·주택 문제를 100년 정도는 계획해야 한다. 교통, 시간, 사람을 같이 연결하면서 종합 관리해야 한다. 1990년대 전후에 바다 모래를 끌어다 한꺼번에 지은 아파트들을 30~40년 만에 재건축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집을 지을 모래도 부족하다. 100년 동안 건재할 주택을 짓도록 도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중근 회장은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부영그룹 회장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법학 박사 ▲1992년~ 현재 학교법인 우정학원 이사장 ▲1999~2001년 건국대 제20대 이사장 ▲2017~2020년 제17대 대한노인회 회장 ▲2024년~현재 제19대 대한노인회 회장 ▲2026년 현재 제13대 유엔한국협회 회장
대담 이경주 산업부장·정리 허백윤 기자
2026-10-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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