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APEC 직전 예고 없는 방중… 북미대화 중재 요청했나

백서연 기자
수정 2026-10-25 23:57
입력 2026-10-25 23:57

전문가들이 본 ‘김정은 방중’ 목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다음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 달도 안 남은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재점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2019년 1·2차 북미회담 직전에도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았던 패턴이 또다시 연출되면서다. 다만 양국 최고지도자 간 공식 회동은 따로 없어 북미 대화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2019년에도 중국행

시진핑 주석 중재자 위상 높이면서
선거 앞둔 트럼프엔 북미회동 자극
APEC 김정은 초청 계기 마련 분석
25일 외신들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8∼19일 선전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 기간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북미 대화 문제를 중국 측과 논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겐 중재자 위상을 높여 주고 트럼프에게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 간 회동 자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은 것처럼 이번에도 중국에 역할과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중국 땅을 밟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방중으로 중국이 김 위원장을 선전 APEC에 초청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크리스토퍼 그린 선임 컨설턴트도 블룸버그 통신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 합의하기 전 시 주석과 의견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두 달 반가량 앞둔 같은 해 3월 집권 후 처음 방중해 시 주석을 만난 데 이어 같은 해 5월 다롄에서 시 주석과 회담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한 달 전에도 김 위원장은 베이징을 찾았다.

당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례적 연속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 사전 가늠자로 중국을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북미 협상력 키우려는 계산

北 핵·미사일 고도화로 입지 굳혀
러시아와 밀착 경제적 활로도 확보
‘中 중재 역할’ 절박하지 않을 수도
이번에도 짧은 기간 내 북미 대화가 전격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중간선거 결과가 북한에도 중요한 만큼 올해 안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북한이 실무회담을 먼저 해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방중은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바탕으로 독자적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또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가 시급했던 과거와 달리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를 통해 경제·군사적 활로를 확보한 만큼, 미국을 염두에 둔 중국의 중재 역할이 이전만큼 절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대화 손짓에도 뚜렷한 호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회담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며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 입장에서도 APEC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가장 주목받아야 하는 만큼, 북미 대화로 시선을 빼앗기는 것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6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으며 ‘군사 동맹’으로 발전한 데 이어 최근 두만강 자동차 다리를 개통하며 경제적 교류 확대 기반도 다졌다. 중국과도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정치·경제 등 여러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간 큰 딜을 하려면 서로의 필요성이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는 양쪽이 절박할 이유가 없다”며 “2018년, 2019년엔 미 제재 완화를 목표로 김 위원장이 접근했지만 북중 경제협력이 이 정도로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재 이란 전쟁의 수렁에 빠져 중간선거 결과가 좋지 않게 전망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만날 이유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중·러와 더 가까워지는 北

시 주석 방북 때 정치·경제 협력 합의
두만강 다리 개통… 교류 확대 전망
“北, 미국에 매달릴 이유 없어” 지적도
일각에서는 당장 북미 대화 재개는 어렵더라도 미국을 향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시 주석과 만나지 않은 이상 중국과 북미 대화와 관련된 조율에 나섰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미국을 향해 성의를 보여 달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서연·반영윤 기자
2026-10-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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