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방문… 시진핑은 안 만나
북중 혈맹 재확인 속 美 떠보기 관측김, 건재함 과시하며 사망설 일축도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예고 없이 중국을 당일치기로 전격 방문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별도 회담 없이 중국 권력 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난 뒤 복귀했다. 이번 방중이 최근 기대감이 낮아졌던 북미 정상회담의 새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북중 관계 개선 가속화 의지를 드러내고 자신의 건재함도 과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에 도착한 뒤 왕 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은 건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 참석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이번 방중은 북중 양국의 사전 발표 없이 이뤄진 ‘깜짝 방문’인 데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지 않고 당일 귀국하면서 여러 면에서 파격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5차례 방중과 달리 차량으로 중국 국경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선참전 76돌’을 즈음해 단둥을 찾아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았다고 전했다. 중국군은 6·25전쟁에서 첫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왕 주석의 영접을 받은 뒤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하며 “우리 혁명을 피로써 도와준 중국인민에 대한 영원한 감사를 대를 이어 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특별지시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방중을 환영하는 연회도 열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 주석과 함께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류하이싱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마자오쑤 상무부부장,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북측에선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선희 외무상, 김여정 총무부장 등이 배석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덕훈 제1부총리도 동행했다.
북중 간 전통적인 기념일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단둥을 찾아 혈맹 관계를 강조한 것은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시 주석 방북 이후 4개월 만의 방중으로 완전한 답방으로 보긴 어렵지만 한일 간 셔틀외교처럼 당일치기 방문을 통해 북중 관계가 밀접하다는 걸 대외적으로 보여 주려는 상징성이 굉장히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기념일인) 정주년(5배수 주년)이 아닌데도 항미원조 기념관을 찾았다는 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앞두고 중국이라는 뒷배를 확실하게 하려는 성격도 있다”고 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양국 간 교류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 평양을 찾은 왕 주석과 북중 간 경제협력을 논의한 뒤 약 3개월 만에 재회했다는 점, 김 위원장이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찾아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는 점은 경협 활성화 차원이란 해석에 힘을 실어 준다.
일각에선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SNS)에서 사망설이 돌았던 만큼 김 위원장이 건재를 과시했다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왕 주석이 시 주석의 복심으로 불리는 만큼 왕 주석을 매개로 양국 정상 간 간접적 의사소통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29일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과 함께 접견 상대가 변경된 정확한 경위와 시점 등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관련 동향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하는 중국 고위급 인사가 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로 알려졌으나 전날 늦게 왕 주석으로 정정됐다.
백서연·강동용 기자
2026-10-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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