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공화 텃밭, 몸집 커진 反트럼프

임주형 기자
수정 2026-10-26 00:36
입력 2026-10-25 23:56
새달 3일 美 중간선거… 텍사스주 민심을 듣다
민주 탈라리코, 지지율 51%로 우세고물가·고유가에 정책 불만 이어져
민주 상원 탈환 여부 분수령 될 듯
“공화 공들이기 속 보수 우세” 반론도
포트워스 임주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식료품비는 2배로 치솟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허황되고 어리석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시 민주당 중간선거 유세가 열린 노스 크롤리 고등학교에서 만난 에이미 월튼은 “유일한 희망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성토한 ‘허황되고 어리석은 전쟁’은 출구를 못 찾고 엉켜 버린 대이란 전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월튼이 표를 행사하는 텍사스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부터 2024년 트럼프 대통령까지 12차례 연속 대선에서 공화당의 손을 들어 준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텃밭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지난 18~20일 텍사스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댈러스·포트워스 일대에서 주민들을 만나 보니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물결’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피로감과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이는 고물가·고유가 문제 등이 겹친 이번 중간선거는 전통적인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 지역) 텍사스주조차 공화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었다.
평일임에도 행사 시작 3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룬 유세장 현장은 텍사스까지 넘어온 반(反)트럼프 열기를 느끼게 했다. 텍사스 연방 상원선거에서는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37)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공화당 켄 팩스턴(63) 후보에게 거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탈라리코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에서 51% 지지율로 팩스턴(45%)을 앞지르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최고의 ‘신성’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상원의원을 배출하면 1988년 이후 38년 만의 사건이 된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연단에 오른 탈라리코는 “이번 선거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는 투표가 돼선 안 된다”며 “우리 주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는지 비전을 보여 주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강당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그를 (연방의회가 있는) 워싱턴DC로 보내자’라며 연신 열광했다.
텍사스주 연방 상원선거는 단연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미국 상원(100석)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이 47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는 하원은 물론 상원 탈환도 내심 노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에서 4석을 빼앗아야 한다. 알래스카·오하이오·아이오와·캔자스주 등에서 공화당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마저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상원의 다수당 교체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지역을 돌며 만난 주민들도 대부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였다. 댈러스 북동부의 한 마을에서 피켓을 든 채 투표 참여를 독려한 대리언 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마음에 드는 걸 찾으려면 상당히 애를 써야 할 정도”라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승리할 수 있는 30여 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말했다. 존 와츠는 “지금의 세계는 글로벌화됐고 한쪽에서 벌어진 일이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공화당 지지자들도 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의료비 등 부담이 커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보수의 심장’으로까지 불리는 텍사스주가 쉽게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은 지난달 역사상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개최할 만큼 수성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록월 카운티의 한 사전투표장 앞에서 만난 패티 머지아는 “세금을 높이려 하는 민주당에 표를 줄 순 없다. 나는 보수주의자이고,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댈러스·포트워스 임주형 특파원
2026-10-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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