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작정했나…“2년새 DMZ에 ‘지뢰 96만발’ 매설 추정”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10-23 14:59
입력 2026-10-23 14:59

2024년 이후 100만발 가까이 매설
‘국경 요새화’ 작업 본격화 2년여만

지뢰 위험 표지판 너머에 있는 강원 철원평야. 서울신문 DB


합참, 북한 수지 반보병지뢰 추가 사진 공개 합동참모본부는 29일 실시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 3일차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북한의 수지(플라스틱) 반(反)보병지뢰 1발의 추가 사진을 공개했다. 2026.9.29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2024년 이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약 96만발의 지뢰를 새로 매설한 것으로 우리 군이 추정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국경 요새화 작업을 본격화한 지 2년여 만에 100만발에 가까운 지뢰를 묻은 것이다. 북한이 DMZ에 매설한 지뢰는 MDL 이북뿐만 아니라 이남으로도 일부 넘어왔다고 군은 보고 있다.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복수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4년 이후 북한이 DMZ 일대에 매설한 지뢰가 약 96만발로 추정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2024년 이후 MDL 이북에 상당수의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군사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과거 매설한 지뢰를 포함해 DMZ에 약 200만발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해 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DMZ에 매설된 지뢰가 총 200만발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북한이 최근 2년여 동안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96만발이 이 수치에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의 대규모 지뢰 매설은 남북 간 군사적 경계를 국경선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요새화 작업의 일환이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이듬해 4월부터 MDL 일대에서 지뢰지대 조성과 철책·전술도로 설치에 착수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작업 범위를 MDL 전 구간으로 확대했다.



북한은 올해 하루 최대 7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지뢰 매설과 방벽 축조, 수풀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북을 연결하던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 이남에까지 지뢰를 매설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는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군 장병 3명이 지뢰 폭발로 다쳤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입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달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과 유엔군사령부 공동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북한군이 매설한 수지반보병지뢰로 최종 판단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지뢰와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난 지점은 MDL 남쪽 약 10m에 있었다. 유엔사도 북한군의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군은 같은 날 사고 현장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제거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북한군의 지뢰 매설 정황이 포착됐다. 김성윤 합참 정보분석처장은 지난 5일 “MDL 이남에서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수 개소로 식별된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북한군의 지뢰지대 조성으로 MDL을 침범한 구간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며, 남쪽으로 넘어온 깊이는 평균 20여m에 달했다.

MDL 이남에 수백발 이상의 북한 지뢰가 묻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MDL 이남에만 수백발 이상의 북한 지뢰가 매설돼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자 “저희들도 그렇게 보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군은 유엔사와 함께 25사단 사고 현장 이외의 지뢰 매설 의심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6일 우리 군의 최종 조사 결과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한국군이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국경 요새화 작업 과정에서 MDL을 반복적으로 넘어오면서도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1일 대남 확성기를 10월 중 가동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22일에는 수일 안에 확성기를 대기 상태로 전환하고 새로운 대응수단도 임무 대기 태세에 두겠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