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손녀, 징역 5년

유승혁 기자
수정 2026-10-23 15:40
입력 2026-10-23 13:25
재판부 “살해 고의성 인정하기 어려워”
폭언·폭력 등 갈등 누적… 우발적 범행
징역 20년 구형됐지만… 법정 최저형
친할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 손녀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최경서)는 23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노모(2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해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존속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징역 5년은 이 죄의 법정 최저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상해를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인 조부의 유족이자 노씨의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노씨가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노씨는 지난 5월 18일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자택에서 80대 할아버지와 다투던 중 과도로 어깨 부위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노씨는 범행 직후 직접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했으며,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재판부는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면 가슴을 찌르는 방법으로 범행할 수도 있었지만,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향해 과도를 휘둘렀다”며 “살해의 고의가 있는 경우 치명적인 부위를 찌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툼을 피하려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피해자가 계속 들어와 욕설하는 등 행동을 멈추지 않자 우발적으로 상황을 끝내기 위해 칼을 들고 피해자 앞으로 갔다”고 판단했다. 조부가 치명상을 입은 것은 칼이 뼈를 피해 흉곽을 관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공소청 등 수사기관은 노씨가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살인 관련 내용을 검색한 점과 “(할아버지가) 나를 여자라서 깔본다” 등의 부정적인 메모를 남겼다는 점을 들어 노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AI에 질문한 횟수가 두 차례에 불과하고, 답변 내용도 충동 조절을 돕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안내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살해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씨가 작성한 메모에 “복수하는 건 내가 잘되는 것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긴 점도 판단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갈등 상황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고 봤다. 노씨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한 점도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근거로 들었다.
노씨는 대학 진학 후 서울에 있는 조부모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조부모 사이의 다툼과 노씨를 향한 폭언·폭력 등으로 갈등이 누적됐고, 노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공소청은 결심공판에서 노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노씨는 최후진술에서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를 지어서 죄송하다. 죽을 때까지 속죄하고 또 속죄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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