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제2의 얄타 회담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수정 2026-10-23 00:59
입력 2026-10-23 00:12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배가 가까워졌던 1945년 2월 4일. 크림반도 남부 도시 얄타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최고지도자가 모여 얼굴을 맞댔다.

8일간 열린 얄타 회담에서 이들은 2차 대전을 마무리하고 전후 독일 처리, 유럽의 정치 질서, 유엔 창설 등에 대해 협의했다. 특히 소련의 대일본전 참전이 결정되면서 동유럽에 이어 동북아에서도 영향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얄타 회담이 단순한 종전 협상을 넘어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권력 나눠 먹기로 흘러가면서 전후 냉전체제로 귀결됐다.


81년 전 얄타 회담이 소환된 것은 새달 18~19일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미중러 정상이 다자회의를 계기로 만나기는 했지만 별도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게다가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속 미 대통령이 중러와 별도로 만나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5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동맹인 우크라를 압박하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노골화하면서 종전을 서두르고 있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면 ‘스트롱맨’들과 거침없이 손잡는 것이다.

미중러 정상회담 의제는 러·우 전쟁 종식과 핵군축, 강대국 간 국제질서 관리 등으로 예상된다. 피해국인 우크라를 배제한 채 종전 논의가 이뤄진다면 얄타 회담처럼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운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일 등 국제사회는 미중러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가능성이 제기된 북미 정상회담이 미중러 회담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러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를 논의했으면 한다.

김미경 논설위원
2026-10-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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