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수험생들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인간의 뇌는 불안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피하려 한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회피의 법칙이다. 사실 수능을 한 달 앞두고 공부를 아예 놓아버리는 수험생은 없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내용만 반복해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는 이를 ‘유창성의 착각’이라 불렀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모르는 것을 파고드는 진짜 공부 대신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과 얄팍한 심리적 위안 속으로 도피해 버리는 것이다.
유창성의 위태로운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메타인지’적 공부 방법을 가동해야 한다. 2010년 EBS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전국 모의고사 상위 0.1%에 드는 학생 800명과 평범한 성적의 학생 700명에게 단어 암기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실제로 기억해 낸 단어의 개수는 두 집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답을 적기 전에 자신이 몇 개나 기억하고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는 추가 질문이 있었는데, 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이 예측한 숫자와 실제 숫자가 거의 일치했고, 평범한 학생들은 그 간극이 컸다. 두 집단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IQ나 절대적인 공부 시간, 학원 등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해 내는 뇌의 모니터링 능력’이었던 것이다.
메타인지를 켜는 방법은 간단하다. 뇌에 익숙한 ‘입력’을 멈추고 ‘출력’을 시작하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헨리 뢰디거와 제프리 카피크는 이를 인출 연습이라고 불렀다. 봤던 부분을 또다시 읽어 보는 것보다, 목차를 펴 두고 그 목차에 해당하는 핵심 내용과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스스로 써 보거나 소리 내어 설명해 보자.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르는 부분을 찾아 한정된 뇌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마주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하지만 불안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똑바로 마주 봐야 할 대상이다. 그 불안 속에 진짜 정답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으로 성적 향상은, 피하고 싶던 ‘잘 모르는 부분’을 끙끙대며 파고들 때 일어난다. 이 고통스러운 인지적 마찰의 과정을 거치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 기존에 ‘잘 아는 부분’의 신경 회로와 단단하게 결합하며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다. 파편화되어 있던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전체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생기고 두 지식 모두 훨씬 깊게 이해되는 것이다.
끝으로 시험장에서 쓸 수 있는 불안을 다루는 방법 하나를 알려드리고 싶다. 시험 10분 전 지금 느끼는 불안을 종이에 적어 보라. 이 행동만으로 시험 불안이 높은 학생들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연구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불안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머릿속을 맴돌던 걱정이 종이로 옮겨가면서 걱정에 점유됐던 작업 기억의 공간이 문제 푸는 데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굿 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