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으로서 현장을 발로 뛸 때마다 늘 가슴 깊이 새기는 원칙이자 철학이다. 주거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거창하게 발표되는 공급 목표치나 화려한 청사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구조물 안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1000만 서울시민의 일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주거정책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의 주택시장은 심각한 가격 불안과 수급 왜곡 속에서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매매가 상승에 더해 전세와 월세마저 동반 상승하는 불안 속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은 소득을 웃도는 과중한 주거비 부담에 짓눌려 서울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전월세 보증금을 지켜내는 일조차 버거운 현실 앞에서, 주거정책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삶의 안전망으로 응답해야 한다.
양질의 주택공급은 서울의 주거 안정을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러나 공급 정책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수급 관리’다. 최근 서울시에서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과 주택 순증 39.2%라는 대규모 공급 계획이 제시되었으나, 주택공간위원회가 지난 8월에 이주 단계에 진입한 정비사업장 72곳을 분석한 결과 멸실을 감안한 실제 순증 비율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9.3%에 불과했다. 정비사업은 착공 전 대규모 멸실과 이주를 수반하므로, 일시에 사업이 몰릴 경우 주변 전세난을 가중한다. 단순히 인허가 속도전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 차원에서 멸실과 이주 시기를 입체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정교한 수급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주택공급 확대는 주거복지와의 균형 위에서만 온전히 작동한다. 이를 위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본연의 공공적 책무로 돌아와야 한다. 한강버스나 세빛섬 등 설립 취지와 무관한 관광·수변 개발에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지양하고, 도심 공공임대주택 자산을 지키며 서민 주거안전망을 다지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서울시 주거복지는 ‘청년·신혼부부·자녀양육·안정적 고령층’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전환기마다 주거지원이 단절 없이 이어지는 ‘전 생애주기 통합형 주거 사다리 체계’로 거듭나야 한다.
주거정책은 숫자로 시민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되는 안정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되기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실효성에 기반한 정책을 마련하고, 진영 간 경쟁보다 시민의 주거권을 최우선에 두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
의회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정책적 대안이 치열하게 검증되는 공론의 장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민의 주거복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도출된다면 상호 타협과 제도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장밋빛 숫자 뒤에 가려진 거품을 냉정하게 걷어내고, 오직 서민 주거 안정과 공공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정책을 묵묵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1000만 시민 모두가 집 걱정 없이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시민 곁에서 가장 든든한 주거 안전망의 버팀목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